'이상문학상' 구효서 "'살 수 있어'라는 희망 선고같았다"

  • 뉴시스

    입력 : 2017.01.11 09:09

    구효서
    "글을 쓰는 동료 작가, 선배 작가가 줄어들면서 위기감과 불안을 안고 살죠. 작품의 양을 물리적으로 채워나가는 것과는 달라요. 맨손으로 절벽을 기어오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중편 '풍경소리'를 쓴 소설가 구효서(59) 씨는 10일 오후 정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나이가 듦에 따른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번 상이 "'넌 계속 써도 괜찮아'라는 의미보다 훨씬 이상 '살 수 있어'라는 희망적인 선고, 같았다"고 했다.

    "상을 너무 많이 타, 염치도 없죠. 이제는 안 타도 됩니다. 하지만 이번 상은 개인적으로 격려가 됐네요."

    이상문학상은 1977년 월간 '문학사상'이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1910~1937) 문학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중단편이 대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987년 중앙일보에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돼 등단한 구효서가 직후 문학사상에 입사, 그가 편집자로 처음 만든 책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었다. "87년은 제가 등단하고 문학사상에 입사하고 결혼하고 득남까지 한 제게는 대단한 해였어요. 근데 문학사상에 들어와 작가 1년차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만들면서 '과연 이 상을 탈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맨 먼저 들었죠."

    당시 11회 대상은 무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정말 인기가 대단했거든요. 멋 모를 때는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상에 대해 알고는 '요원한 상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지 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풍경소리'는 주인공 미와가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출판사 '문학사상'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구효서의 '풍경소리'를 이번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인간의 삶과 그 운명의 의미를 불교적 인연의 끈에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해석윽 가능하게 하고 있는 이 작품은 가을 산사의 풍경과 절간을 찾아온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절묘하게 결합시켰다"고 평했다.

    하지만 등단 30주년이자 한국 나이로 올해 예순살에 접어든 구효서는 "현재 솔직한 심정은 모든 게 다 감이 떨어지는 나이가 됐다는 거"라고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그 감각이라는 것이 타고난, 예민한 심성, 신경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 체력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쓰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체력 관리입니다. 쓰는 일이 직업이고 먹고 사는 것과 직결이 되다 보니좋은 작품을 써야한다는 절박감 이상으로 안 쓰면 죽는다는 절박감이 있죠."

    그러나 육십갑자를 한바퀴 돌았으니 이제 한살이라고 생각한다는 구효서는 다시 힘을 내고 있다. 그는 "힘들고 지치기보다 철 없는 어린 아이처럼 썼으면 좋겠다"며 "이상문학상 덕분에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 느낌이 들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풍경소리'에 대해 "맑은 소설로 혼탁한 세상에서 기쁨이 된다"며 "구효서 선생님 세대에 아직까지 글을 쓰는 분들이 많지 않다. 한국 문학이 깊이와 포부를 가지려면 연륜이 쌓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이 대상이다. 이번 우수작에는 김중혁 '스마일', 이기호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윤고은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조해진 '눈 속의 사람, 한지수 '코드번호 1021' 등 5편이 뽑혔다.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정과리 외에 문학평론가 권영민·김성곤·권택영··김성곤, 소설가 윤후명이 참여했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작 상금은 300만원이다. 수상작품집은 오는 18일, 시상식은 11월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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