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원작 각색한 할리우드는 왜 종종 비난받을까

    입력 : 2017.02.10 23:45

    어수웅 Books팀장
    어수웅 Books팀장
    보름 뒤인 오는 26일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립니다. 작품상 후보 8편 중 원작이 있는 작품은 모두 4편. '컨택트(영화 원제 Arrival)' '라이언(Lion)'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펜스(Fence)'. 이 중 원작이 국내 번역된 작품은 2편입니다.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인도 소년의 실화를 다룬 '라이언'(인빅투스 刊)과 '컨택트'의 원작 소설인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엘리 刊)죠.

    영화 '컨택트'를 보고 원작 소설을 읽었습니다. 최근에는 캐릭터의 입체성과 소설의 심도(深度)까지 재현한 영화도 많다지만, 아쉽게도 '컨택트'를 이 범주에 넣기는 어려워 보이더군요. 그보다는 소설을 각색한 할리우드에 사람들이 던지는 쓴소리를 반복하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소설이 낫다."

    외계인과 조우(遭遇)했을 때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를 화두 삼아, 영화와 소설은 모두 삶의 인과론과 목적론을 묻습니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이죠. 선택의 자유가 있다면 미래는 바뀔 것이고, 미래가 정해져 있다면 자유의지는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잖아요.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는 작가 보르헤스의 '세월의 책'이 등장합니다. 과거와 미래에 걸친 모든 사건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환상의 책. '세월의 책'에서 한 여자는 자기 인생 일대기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여자가 100달러를 경마에 걸어 스무 배를 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개구리 여자'는 그대로 하지 않기로 결심하죠. 그러나 '세월의 책'은 절대 틀려서는 안 됩니다. 사실만을 담아내는 책이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원작 소설을 읽으면 당신의 의문이 풀릴 겁니다. 이 이상의 구체적 설명은 재미를 반감시킬 스포일러라 생략하지만, 한마디는 적어둬야 겠습니다.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는 매혹적이었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이해하지 못하는 건 네 책임이라며 회피하는 것 같더군요.

    자유의지가 있다면 '세월의 책'은 존재할 수 없고, '세월의 책'이 옳다면 자유의지는 성립하지 않겠죠. 당신의 시선으로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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