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읽으며… 한·중·일 대학생, 역사갈등 해법 머리맞대

    입력 : 2017.02.14 01:23

    3국 대학생 36명, 독서토론회 "김구선생 애국심 등 공감대 찾아"

    "일본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라고 올라와 있습니다. '일본인은 모두 좋지 않다'는 김구 선생의 배타적인 사고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저녁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베스트(BeST·베이징대+서울대+도쿄대) 독서 토론회. 도쿄대 학생 바바 유스케(馬場悠介·23)씨가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를 읽은 솔직한 소감을 털어놓자 일순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행사는 역사 문제로 반목해온 한·중·일 대학생들이 갈등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 중국 베이징(北京)대 위안페이(元培) 칼리지, 일본 도쿄(東京)대 교양학부 등 한·중·일 대학생 36명이 참여했다.

    지난 10일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에서 열린‘백범일지’독서토론회에 참석한 서울대·베이징대·도쿄대 학생들이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에서 열린‘백범일지’독서토론회에 참석한 서울대·베이징대·도쿄대 학생들이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고운호 기자
    학생들은 토론회 전날 파주에 도착해, 각자의 언어로 쓰인 '백범일지'를 읽으며 토론을 준비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장은 "한·중·일 각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차이를 명확하게 알아야 이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마련했다"라며 "아름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무장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백범의 생애를 주제로 골랐다"고 말했다.

    토론 초반 세 나라 학생들은 마치 사상의 국경을 확인하기라도 하려는 듯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일본 학생이 "김구 선생이 쓴 '왜놈' 같은 표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면, 중국·한국 학생들이 "외세 침략에 시달리던 당시 시대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쉽게 좁힐 수 없는 인식 차에도 세 나라 학생들은 성숙한 토론 문화를 보여줬다. 갈등만 키우는 이견(異見)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접점(接點)'을 찾아나간 것이다. 공감대는 김구 선생이 주장한 평화와 자유, 애국심이었다. 베이징대 류디자(劉迪嘉·19)씨는 "김구 선생은 순수한 애국자"라며 "아름다운 나라를 바라는 '나의 소원'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아버지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도쿄대 노리마사 에지마(德政江島·23)씨도 "김구 선생의 진정성 있는 애국심에는 어떤 일본인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서울대 서유지(24)씨는 "한·중·일의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을 터놓고 이야기한 것 자체가 화합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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