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아이러니… '중산층 노동자'의 사라진 열망

    입력 : 2017.02.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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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보지 않은 길

    송호근 지음 | 나남 | 400쪽 | 1만9000원


    "최고의 기술력과 단순 육체노동의 결합이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중도적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저자는 지난해 울산으로 내려가 현장을 샅샅이 조사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산업 도시 울산이 있게 한 현대자동차의 현장이었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차의 성공 유전자에는 '인간의 열망'이 있었다. 그것은 도전과 열망을 포괄하는 '열정', 동료애와 최적화로 상징되는 '조율', 천직 의식과 자립정신의 '소명'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성공 동력은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였다. 과거 노동자가 직장을 가정처럼 생각하고 일터에 헌신했기 때문에 성공의 길을 걸었던 것인데, 정작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올라선 지금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열망이 달성된 순간 그 열망 자체가 사라져 버린 기묘한 단계라는 얘기다.

    무엇이 발목을 잡은 것일까. "경영진은 대화 능력이 없다. 작업장을 장악한 노동조합은 '노동 최소화'에 기여할 뿐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애초 노동권을 지키려 했던 노력이 노동 축소로 이어지는 기현상은 놀랍다. 8시간 노동 분량을 4~5시간에 후딱 해치우는가 하면, 한 사람이 옆 동료 일까지 한꺼번에 맡아 하다가 두어 시간 뒤에 옆 동료와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그동안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그냥 논다. 그래도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돈다.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3년 현대차 자체 통계로 '편성 효율'(생산 라인에 필요한 표준 인원을 실제 투입 인원으로 나눠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은 해외 공장이 90%대, 국내 공장은 약 60%에 그쳤다. 이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면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터. 현대차뿐 아니라 한국 경제 자체가 이런 식의 미로에 갇혀 있는 꼴이다.

    책은 "이제부터 한국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경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첩한 리더십, 신뢰 경영, 혁신 역량, 임금과 고용 개혁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직원 모두 '시민'으로서 공적 역할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특히 강조된다. 사회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의 내부 사안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모두가 함께 매몰될 날이 닥치리라는 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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