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믿을 수 없다… 9·11 테러, 그날의 진실은?

    입력 : 2017.02.19 17:36

    장편 소설 '포기브 미'

    북캐슬 제공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여기서 끝냈으면 했다. 다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것이다. 시간을 잃어버리면 다시는 보상 받을 수 없다. 무엇을 잘못 했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긋난 건지…."

    주인공 제이가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내뱉은 나지막한 읊조림은 마치 고백처럼 들린다. 장편 소설 '포기브 미'는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던 다섯 남녀에 얽힌 사망 사건을 다루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케이. 한 의뢰인에 의해 경찰이 그녀의 사망 사건을 십수 년 만에 재수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형사는 그녀의 지인이던 제이·희선·영서·병선 등을 접촉하면서 어긋난 퍼즐 조각을 다시 맞춰간다.

    형사와 제이는 9·11 사태 당시 사망자 명단에도 있었고, 시신도 발견된 케이의 죽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8시 25분 AA11편 항로를 바꿔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과 충돌.'

    '9시 4분 UA175편 남쪽 건물과 충돌.'

    사건 당일 케이가 있던 건물에 비행기가 돌진한 건 오전 9시 4분.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후 10시 4분이다. 하지만 케이가 제이에게 마지막 메일을 보낸 시각은 오후 10시 20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메일을 쓰고 있었다고 해도 시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엇갈리는 진술은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케이의 친구이자 제이의 아내인 희선은 자신이 미국에 있었더라면 케이와 인사라도 나눴을 거라며 아쉬워했지만, 영서는 당시 희선이 미국에 있었던 게 확실하다고 말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케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친구들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갔던 이 사건을 들춰내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추리 소설에 가깝다.

    저자는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등장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인 필체로 그렸다.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데뷔작 '스마일 스컬'과 마찬가지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특유의 문체가 돋보인다. 그 속에 사랑과 질투, 분노와 애증, 음모와 배신으로 뒤범벅된 인간 군상을 담았다. 또 인간을 향한 지나친 질투가 얼마나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독특한 전개 방식도 눈에 띄는 점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말을 곧이 믿다가는 사건의 실체를 더욱 찾아내기 어렵도록 구성했다. 그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는, 그래서 한 호흡에 책을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책 마지막에 달린 짧은 에필로그에는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난 고등학생 시절의 단상들이 담겼다. 1995년 겨울, 우정을 다졌던 그들의 추억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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