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욕에 몇곳 없는 책방… '유통 공룡' 아마존, 넌 뭐니?

  •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입력 : 2017.02.24 17:53

    [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뉴욕의 명물 스트랜드 북스토어. 워낙 유명해서 아마존이 출판유통업을 휩쓴 뒤에도 관광객 덕분에 먹고 산다. 나머지 책방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뉴욕의 명물 스트랜드 북스토어. 워낙 유명해서 아마존이 출판유통업을 휩쓴 뒤에도 관광객 덕분에 먹고 산다. 나머지 책방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한대수
    "형, 나 죽겠어. 아마존 때문에 도대체 장사가 안돼." 20년 동안 스포츠용품 가게를 운영해 온 친구가 나에게 한탄을 한다. 맞는다. 지금 미국에서는 모든 소비를 아마존이 점령하고 있다. 수천만원짜리 명품에서부터 1000원짜리 볼펜까지 아마존에서 판다. 도대체 이 어마어마한 인터넷쇼핑 회사와 동네 구멍가게가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마우스로 간단히 클릭하면 바로 다음 날 물건이 도착한다. 원하면 주문한 날에 받을 수도 있다. 얼마나 편리한가? 세수하고 옷 입고 지하철 타고 나갈 필요도 없이 원하는 물건을 간단명료하게 구입할 수 있다. 컴퓨터로 여러 디자인과 색깔과 가격을 비교하면서 말이다. 도착한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반납·교환할 수도 있다. 아마존 단골들은 "반납하지 말고 그냥 가지세요. 또 하나 공짜로 보내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소비자 행태를 바꿔놓았다. 말 그대로 혁명이다. 인터넷 책방으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을 판매해 한 해 1360억달러를 버는 공룡 기업이 됐다. 미국에서 AA라고 하면 Alcoholic Anonymous라고 해서,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모임을 말한다. 이제는 Amazon Anonymous가 되어 아마존 쇼핑 중독자를 치료하는 모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항상 마누라 옥사나에게 야단친다. "여보, 제발 아마존 클릭 좀 그만해!" 하고.

    아마존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력한 여자 용사'다. 1995년 TV에 서른한 살 청년이 나와 짐승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자기가 인터넷 책 쇼핑몰을 만들어 전 세계 소비자들이 가장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때만 해도 '저런 바보 같은 놈, 책을 인터넷으로 팔다니. 세계 출판의 수도인 뉴욕에 책 가게가 100개도 넘는데 무슨 인터넷 책방이야? 책이란 게 만져보고 읽어보고 냄새도 맡고 사는 거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뉴욕의 책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유명한 스트랜드 북스토어와 반스 앤 노블 3개만 남았다. 동네 가게는 매년 망하고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어머니인 재클린이 열여섯 살 때 낳은 아들이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 테드와는 1년 만에 이혼했고 쿠바 출신 엔지니어와 재혼했다. 공부를 잘한 제프는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그가 자기 집 창고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지금 세계 5위 재벌이다. 제프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바짝 쫓아가고 있다. 2013년엔 워싱턴포스트를 현금 2억5000만달러를 주고 샀고, 구글의 최초 투자가로서 현재 43억달러어치 주식을 갖고 있다. 그런 제프 베조스의 공식 연봉은 겨우 10만달러다. 2000년부터는 '블루 오리진'이라는 우주산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I want to enable anybody to go into space(누구든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끔 돕겠다)"라고 말했다. 지구를 점령한 아마존이 우주까지 먹어치울 기세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