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ble] 빌딩 숲, 책의 향기가 솔솔… '주인장 컬렉션'이 베스트셀러

    입력 : 2017.03.07 15:19

    [Place] 돌아온 동네 책방… '개성 만점' 작은 책방에 초대합니다

    광고계 전설이 만든 '최인아책방'… 양재천의 아늑한 북카페 같은 서점 '마이북'
    도산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파크'… 여행·요리·북유럽 등 테마가 있는 동네 책방도
    강남 직장인들의 문화 휴식터… '불금' 엔 심야서점에서 밤새워 독서 삼매경

    소설가 김영하는 책 '읽다'에서 '책은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이자 다른 책으로 연결하는 징검다리'라고 했다. 문제는 그 문을 열어줄 책을 만나는 일이다. 어쩌면 '그곳'에선 마음을 두드릴 책을 발견하는 일이 쉬울지도 모르겠다. 동네 골목마다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작은 '책방(冊房)'에서라면 말이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의 틈바구니에서 한때 자취를 감췄던 동네 책방이 혹독한 시련을 거쳐 '낭만'을 재무장한 채 돌아왔다. 홍대 앞, 이태원, 서촌 등 서울의 색깔 있는 동네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어느새 회색 도시의 상징, 강남의 빌딩 숲 사이에도 자신만의 색을 가진 책방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강남이라서 더 특별한 책 향기 폴폴 풍기는 개성 넘치는 책방들을 찾았다. 당신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책과 만날 책방을 점 찍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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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서재 같은 분위기의 ‘최인아책방’. 테마에 따른 책 분류, 추천사로 책 고르는 재미를 선사한다. ②양재천 카페 골목의 작은 책방, ‘마이북’.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취향, 책과 사람을 잇다

    지하철 선릉역 7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왼편으로 빨간 벽돌로 된 고풍스러운 건물을 만난다. 지난해 8월 강남 한복판에 문을 연 최인아책방(02-2088-7330)이 이곳 4층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그랜드피아노가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서재에 들어선 느낌이다.

    광고계의 전설로 불리는 최인아 전(前) 제일기획 부사장이 광고계 후배인 디트라이브 정치헌 대표와 함께 연 책방. 광고계 베테랑들의 의기투합은 여전히 화제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데 책만 한 게 없어요. 광고 일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거든요. '책으로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책방'을 만들어보자는 뜻이 맞았어요." 정치헌 대표의 말이다. 왜 하필 강남 한복판이었을까. "'강남에 책방을 연다고? 망할 거야.' 주위에서 그러더군요. 우리는 달랐어요. 책방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남이 유리하다고 봤어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코너가 따로 없다. 책 5000~6000여권이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들에게' '스트레스, 무기력, 번아웃(burn out)이라고 느낄 때' 등 12가지 주제에 맞춰 분류돼 있다. 두 대표의 지인들이 추천한 책이 추천사가 적힌 북카드와 함께 꽂혀 있는 게 특징. 대학생 이준호(27)씨는 "마음에 와 닿는 주제를 찾고 책을 추천한 분들의 추천사를 읽으면 책 선택이 쉬워진다"고 했다. 두 대표가 즐겨 읽은 책을 모아놓은 2층 책장은 누구나 편하게 꺼내볼 수 있다. 강연과 콘서트 등 책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행사를 열어 '문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최인아책방 페이스북(facebook.com/choiinabooks)에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북(mybook)(02-571-2441)은 지난해 11월 양재천 카페 골목에 문을 연 작은 책방이다. 도곡동 주민들이 '도심의 오아시스' 같다며 반색하는 공간. 책 2000여권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아늑한 북카페 같다. 아이 데리고 오는 주부와 중장년층이 많다.

    지난해 초까지 직장 생활을 했다는 유정민(50) 대표는 언젠가 책방을 열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이곳에 펼쳤다. 본인의 생각대로 책을 선별, 분류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오래 읽을 수 있는 책, 여러 번 재판(再版)되는 가치 있는 책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시는 분들의 눈이 어떤 책에 머무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책과 관련된 작은 전시도 하고, 건물 지하에 있는 문화 공간을 빌려 북 콘서트도 연다. 유 대표는 "동네 책방은 '정서적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큰 책방은 하지 못하는 역할 즉 책과 독자, 독자와 저자까지 책을 매개로 사람을 잇는 공간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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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도산공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원 같은 책방 ‘파크’. ②북유럽 전문 책방 ‘타스크북샵’.
    요리, 디자인… '테마'가 있는 책방

    강남구 신사동 퀸마마마켓 3층에 지난해 10월 문을 연 책방 파크(parrk)(070-4281-3371). 도산공원이 한눈에 보여 이름을 '파크'라고 지었단다. 한 벽 가득 채운 창밖으로 보이는 도산공원 풍경에 압도된다. 책장 사이를 걷는데 마치 숲속을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 공간 특성상 책장 높이를 낮춰 설치하고 빈 공간을 많이 만들어 둔 것도 책과 풍경을 함께 즐기는 데 한몫한다. 도쿄 다이칸야마 쓰타야(蔦谷)서점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퀸마마마켓에 문을 연 책방답게 이곳의 책들은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하고 있다. 요리·가드닝·패션·취미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을 자연스럽게 연관되도록 배치했다. 개성 있는 책방으로 이름난 한남동의 '포스트 포에틱스'가 해외 서적을, 홍대 '땡스북스'가 국내 서적을 큐레이션 했다. 이금강 매니저는 "독자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책을 스스로 고르고 취향을 발견하는 서점이라는 의미에서 '어른들을 위한 서점'을 슬로건으로 삼았다"고 했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타스크북샵(Taskbookshop)(02-516-1155)은 '북유럽' 전문 책방이다. 지하 1층에 들어서자마자 'Don't forget to read'라는 슬로건이 눈에 띈다. 짙은 녹색을 기반으로 한 인테리어가 유럽 거리에서 발견한 오래된 책방에 들어온 기분이다. 북유럽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사회·경제·문학 도서를 갖추고 있다. 원서와 국내 책들을 모아 뒀다. 디자인 관련 서적과 선별한 국내 서적, 북유럽 문구도 판다.

    혼자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인 '퍼스널 리딩 룸'은 타스크북샵의 색다른 매력. 최대 2시간 이용 가능하며 책을 읽는 동안 룸에 설치된 스웨덴 브랜드 제이스(Jays) 헤드셋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같은 건물 2층 타스크 비블리오텍은 북유럽 관련 북 토크, 영화 상영, 음악,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 1층 카페 FIKA에선 북유럽 디저트를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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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여행·요리를 테마로 한 책방 ‘쉼표, 하나’. ②독서 모임, 북 콘서트, 심야 서점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북티크 논현점’. ③혼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타스크북샵’의 이색 공간 ‘퍼스널 리딩 룸’.
    쉼표, 하나(02-6006-5277)는 여행과 요리를 테마로 한 책들로 가득한 책방. 청담동 렛츠런 강남문화공감센터 2층에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단순한 여행책이나 요리책이 아니라 여행·요리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인문학, 에세이 등 3000여권을 만날 수 있다. 여행·요리와 관련된 작가들의 전시와 강연 등 책을 매개로 한 행사도 열고 있다.

    한상기 전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달 논현동에 문을 연 책과얽힘(02-542-9383)은 과학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책방. 과학자가 선별한 깊이 있는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은 동네 책방이다.

    책으로 사람 만나는 문화 사랑방

    강남에 터를 잡은 동네 책방의 터줏대감 격인 북티크(booktique) 논현점(02-6204-4774)은 2014년 12월 문을 열었다. 논현역 인근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다. 정성문(30) 매니저는 "책을 판매하는 책방이면서도 책을 통해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책과 관련된 행사가 활발하게 열리는 곳"이라며 "책과 사람이 만나는 문화 공간"이라고 했다.

    20~30대 강남 직장인에게 '문화 휴식터' 같은 곳이다. 홈페이지(booktique.kr)를 통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불금'을 책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심야서점'에 주목해보자.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밤을 새우면서 맘껏 책 읽을 수 있다. 직장인 최수영(30)씨는 "호기심에 심야서점에 참여해봤는데 분위기가 좋아서 밤새우는 일이 즐거웠다"며 웃었다.

    잠원동 토끼의지혜(02-337-1457)는 책 1만여권을 보유한 북카페이자 도서관이자 책방. 벽 가득 메운 책장뿐만 아니라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책이 한가득이다. 이 많은 책을 총 9개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다시 100개의 세부 항목으로 선별, 분류해 놓아 책 고르는 재미를 더한다. 북카페에서 읽던 책은 보증금을 맡기면 대여해서 읽고 반납할 수 있다. 상태에 따라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헌책 코너도 있다. 카페 공간을 대화 공간과 독서 공간으로 구분해둔 것도 특징이다. 최원석 대표는 "읽을 만한 책이 많은 곳이자 누구든지 부담 없이 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강남책방 주인장 추천 도서]

    강남책방 주인장 추천 도서
    ‘마이북’ 추천 책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은행나무) 유럽의 그림책 작가 10명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창조성의 실마리를 물은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여름언덕)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비(非)독서’ 방법을 이야기한다. 볼드 저널 (볼드피리어드) 일과 정체성, 가족 등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아버지’들을 위해 탄생한 잡지.

    ‘타스크북샵’ 추천 책

    영화선전도감 (PROPAGANDA CINEMA GRAPHICS) 1950~1960년대 국내 개봉한 외국 영화 광고 선전물 아카이브북.

    오사 게렌발 시리즈 (우리나비) 스웨덴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 노블. ‘7층’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가족의 초상’ 등 3권.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가쎄) 사회학자 유승호 교수가 덴마크에서 일주일을 여행하며 진정한 행복과 복지의 본질을 확인한 기록.

    ‘파크’ 추천 책

    Evergreen (Gestalten, Die Gestalten Verlag)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어반 가드닝을 다룬 원서. 나는 길들지 않는다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자신의 인생,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진지한 충고가 담긴 책.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니시야마 마사코, 유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분명히 아는 작은 출판사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

    ‘최인아책방’ 추천 책

    예수 하버드에 오다 (하비 콕스, 문예출판사) 저자가 하버드대에서 20여년간 한 ‘예수와 윤리적 삶’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

    나는 걷는다 끝. (베르나르 올리비에·베네딕트 플라테, 효형출판) 세계 최초의 실크로드 도보 여행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읽고 최인아 대표는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그의 신작. 오가닉 마케팅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 전통적 마케팅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맞는 마케팅 방법과 과정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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