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단 작가는 '2등 시민'? 간판보다 작품의 질 우선해야"

    입력 : 2017.03.16 00:33

    소설가 장강명·시인 이승하 등 등단 제도에 대한 비판 쏟아져

    "미등단 작가는 적극적인 공격이나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무대에 입장하는 것이 부드럽게 거부되거나, 또는 그 자리에 들어와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 투명인간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지난달 나온 격월간 문예지 '릿터' 4호에는 등단·미등단 작가의 경계를 다룬 소설가 장강명씨의 에세이가 실렸다. 임경선·손아람·정세랑 작가의 예를 통해, 미등단 작가들이 글의 수준과는 별개로 작품 소개에서 배제되거나 해외 레지던스 참가나 창작기금 수혜가 어려워지는 '2등 시민'의 차별을 소개한다.

    문예지를 통한 등단 제도가 파벌을 낳고 수직적 문단 권력의 빌미가 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계간지 '21세기문학'은 창간 19년 만에 신인상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최근 봄호를 통해 "등단 제도는 모종의 위계를 만드는 절차로 받아들여졌다"며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쓸 기회를 제공하는 문예지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판사 창비가 발행하는 문학 잡지 '문학3'은 2호부터 미등단 시인·소설가 1명씩의 발표 공간을 제공키로 했다. 창비는 "앞으로도 가급적 '등단'이라는 단어를 안 쓸 것"이라며 "기존 등단 제도에 맹목적으로 편승하지 않으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등단하지 않고도 작품을 낼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지고 있다. 삼인출판사는 시 50~60편을 한꺼번에 받아 역량을 확인한 뒤 시집으로 출간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매달 투고작을 받아 심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20권까지 시집선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 써내려간 글'을 표방하며 지난해 탄생한 독립 문예지 '영향력'도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승하 시인은 '월간문학' 1월호를 통해 '등단 제도에 대한 성찰과 제안'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외국처럼 작품 자체를 보고 평가를 해주면 좋을 텐데 미등단을 이유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등단에 대해 더 겸허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1986년 멕시코에서 시인으로 등단한 구광렬 울산대 교수는 "중남미 20개국의 등단 시인을 전부 합쳐도 한국의 5분의 1도 안 된다"며 "한국은 등단을 간판으로 치는 풍토가 짙은데 간판보다 작품을 우선해야 문단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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