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 품은 한옥 도서관… '글공부' 소리 낭랑

    입력 : 2017.03.17 01:03

    [도서관이 살아있다] [34] 구로구 글마루 한옥 어린이도서관

    아이들 한문 배우며 예절 익혀… 열람실과 떨어진 별채서 교육
    茶道 등 전통문화 과정도 인기… 2011년 개장 이후 51만명 찾아

    2009년 초, 서울 구로구의 교육시설팀장은 구내 독서실 현황을 살피다 개봉동 오류중학교 인근 구립 독서실을 찾았다.

    3층짜리 건물 뒤편 400㎡(120평)쯤 되는 마당에 가지, 호박, 고추가 자라고 있었다. 독서실 관장이 소일 삼아 작은 농장으로 가꾸는 중이었다. 마침 건물과 마당은 구가 소유한 땅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구로구 글마루 한옥 어린이도서관에서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망건을 쓴 김건형(오른쪽) 관장에게 한자를 배우고 있다. 한옥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초등학생에게 한학과 전통 놀이를 가르치는‘서울 까치 서당’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태경 기자
    구로구는 구립 독서실을 철거하고 어린이 도서관을 짓기로 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한옥 건축 보조금 사업 공모에 당선돼 2억원을 받았다. 이듬해 3월엔 국토해양부의 '지자체 한옥 공공 건축 지원 사업'에도 응모해 3억원을 더 확보했다.

    한국공항공사가 구로구에 항공기 소음 대책비로 주는 8억8500원을 건축비로 끌어왔다. 구비(區費) 4억원을 투입해 책상과 도서를 사들였다.

    2011년 4월 문을 연 국내 최초 한옥 어린이 도서관 '글마루 한옥 어린이 도서관'이다. 문화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개봉동·고척동·양천구 주민들이 개관 직후부터 몰렸다. 현재까지 51만명(2017년 2월 현재)이 찾았다. 하루 평균 이용자는 315명, 회원은 8605명(성인 4584명, 어린이 4021명)이다.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현대 한옥 전문가인 조정구(51) 구가도시건축연구소 대표가 설계한 이 도서관은 2011년 국토해양부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주최한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상'을 받았다.

    도서관의 주동(主棟)인 향서관(香書館)은 2층이다. 1층은 어린이 열람실과 유아 열람실이 마주 본다.

    지난달 24일 오후 유아 열람실에서는 아이들 20명이 사서가 읽어주는 동화책 '빵점씨와 잃어버려양'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서 0점을 받고 울상이 된 빵점씨가 '좋은 결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는 이야기다.

    안쪽에는 좌식 열람실인 어울마루가 있다. 아이들은 한옥 대청마루에 엎드리듯 배를 깔고 누워 책장을 넘긴다. 2층은 세미나실로 쓰는 지식 나눔방과 휴게실이다. 한쪽 구석은 아늑한 다락방처럼 꾸몄다.

    별동(別棟)인 성학당(成學堂)은 한옥 체험관으로 활용한다. 대청마루, 누마루, 안방, 건넌방이 이어진다. 안방에서는 도서관의 김건형 관장이 망건을 쓰고 군자복을 입은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친다.

    이미지 크게보기
    배 깔고 누워 책 읽지요 - 한옥처럼 마루가 깔린 글마루 한옥 어린이도서관 1층에서 한 어린이가 엎드려 책을 읽고 있다. /이태경 기자
    글마루 한옥 어린이 도서관은 2015년부터 '서울 까치 서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 20명이 약 석 달에 걸쳐 사자소학(四字小學)에 나오는 공경, 자애, 정직, 책임, 배려, 겸손, 선행 등 덕목을 배운다. 올해는 29일부터 6월 28일까지 2017년 까치서당 1기, 8월 말부터 3개월간 서당 2기가 열린다.

    디딜방아와 장독대, 앞마당이 손짓하는 이곳에선 한자에 바탕을 둔 인성 교육 외에 짚 공예나 부채 만들기 등 열두 달 세시풍속을 살린 과정도 인기를 끈다. 다도(茶道), 민요, 사물놀이, 봉숭아 물들이기, 대나무 물총놀이 등 다양한 전통문화와 전래 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달엔 4~6학년용 '전쟁으로 만나는 우리 역사', 성인용 '주제 논술 1급 자격증 과정' 등도 진행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