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詩人에게 세계는 괴괴한 날씨

    입력 : 2017.03.18 00:27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책 사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지음|문학과지성사|124쪽 | 8000원

    2013년 시로 데뷔해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인 장편 '최선의 삶'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시인의 첫 시집. 등단작부터 총 48편의 시를 모았는데, 일관되게 건조하고 차분하고 뼈 아프다.

    올해 서른이 된 젊은 시인이 인식하는 세계는 괴괴한 날씨와 같다. "이곳을 떠나본 자들은/ 지구가 아름다운 별이라 말했다지만/ 이곳에서만 살아본 나는/ 지옥이 여기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아름다움)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별로다. "종종 착한 사람같다는 말을 듣는다"(예보)는 '나'는 "살아가는 것이 죽어가는 것보다 무섭다"(그래서 그랬다)고 고백하면서도 "나는 별로 별로 사라지지 않는다."(별로) 대부분의 시가 1인칭이므로, 발화의 방식이 스스로 죄의식과 싸우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모래)

    시인은 이번에 이 대형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성폭력 관련 조항을 넣었다. 갑(작가)·을(출판사) 사이에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성폭력 관련 조치를 명문화한 첫 사례로, 최근까지 들끓던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마지막 수록작 '빨간'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 먹고 싶다/ 는 말을 들었다./…/인간이라는 말을 들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울어야 한다/ 는 말을 들었다." 시집은 빨간색이다. 고통을 참아내거나 폭발시킬 때 피어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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