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朴탄핵, 오히려 잘된 일…잘못된 경제정책 멈춰"

  • 뉴시스

    입력 : 2017.03.21 09:31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새 책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간
    "박근혜게이트, 오히려 한국사회 축복"
    "기득권으로 꽉 막힌 한국사회, 30~40대로 넘어가야"
    여시재-홍석현 회장 관계 없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탄핵을 오히려 잘못된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일 서울 프레센터에서 신간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의 출간 기념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경제 수장으로서 탄핵안 가결 당일에만 한강 다리를 여섯 번 건넌 일화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이헌재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각계에서 나왔었다. 관가 뿐 아니라 대우반도체, 한국신용평가 등 사기업에서도 활약했고 현재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싱크탱크 '여시재'의 이사장 직함을 갖고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에서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 국가가 되찾아야 할 제 역할을 살폈다. 2장에서는 주거, 교육, 소득, 일자리, 통일 등 각 정책 분야에서 어떻게 실현될수 있는지를 다뤘다. 3장에선 이 원칙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시스템에 관해 적었다.

    ◇"박근혜 게이트 터진 것, 한국 사회 축복"

    이 전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큰 물이 바뀌고 있는 지금은 특별하게 좋은 경제 정책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도 "너무 비관적으로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방향이 잘못 됐는데도 의욕은 과잉이었던 기존 경제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보면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며 "탄핵으로 이를 못하게 된 점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개혁적 보수'라고 칭하는 이 전 부총리는 책에서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것이 한국 사회의 축복'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는 "모든 문제점이 다 노출되고 더 이상 감출 게 없을 때, 기득권도 더 지킬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을 맞게 된다"며 "도무지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절망감만 줬던 이 사회가 어쩌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나왔던 시민들에 대한 감동에서 출발했다는 게 이 전 부총리의 설명이다.

    그는 "현상 부정은 했지만 그 다음 행동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가져달라는 바람에서 기왕이면 열기가 끝나기 전에 책을 출간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렀다"고 밝혔다.

    ◇왜 30~40인가

    이 전 부총리는 기득권으로 꽉 막힌 대한민국이 열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무게 중심이 30~40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마음에서 이원재 경제평론가(여시재 기획이사), 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과의 세대 간 대담이 성사됐고 책은 이 대담을 다뤘다.

    이 전 부총리는 "87년 체제의 주역들은 이 체제를 지속, 발전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선배들 밑에서 일을 하면서 일종의 진영논리나 정파싸움에 휘말려 몇 십 년을 왔고 이 분들이 50대 초중반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앞으로 미래를 풀어나가는 방향도,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체도 30~40이 중심이 돼야한다고 생각했고 이 문제를 세대 간 대화로 풀어보자는 의미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총리는 "젊은층의 실패 위험을 사회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실패를 백번, 천번 해도 좋으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용기가 생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30~40세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현실로 다가오는 주거문제와 자녀교육문제, 두 가지를 해결해야 이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주거문제를 풀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국가 부채가 증가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 같은 금융상황이라면 국채를 발행해 임대사업을 하더라도 정부가 돈을 벌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투자운용수익보다 공공주택 임대 수익이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부총리는 "부채에 대한 성격이 중요하다. 결손 보전용 부채인지 생산적인 부채인지에 따라 시각은 달라져야 한다"며 "국가부채는 악이고 기업부채는 선이라는 식의 인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원재 이사는 "세대간 대담을 통해 큰 공감을 이뤘던 점은 한국이 여전히 국가가 많은 것들을 규제하고 결정해서 국민들을 이끌어 가려는 경향을 지닌, 박정희 시대 잔재가 많이 남은 국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언가를 시작하고 진입하는데 있어 제약이 없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시도하다 안됐을 땐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국민들의 기본 소득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책에서 강조했다"고 밝혔다.

    ◇"홍석현 전 회장과는 정치적 연관 없어"

    이 전 부총리는 최근 대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의 정치적 관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홍 전 회장은 여시재 재단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여시재와 홍 회장은 정치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다"며 "재단 이사들의 생각이 깨어 있어야 여시재가 깨인다고 생각해 한 달에 한 번씩 토론회를 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중앙선데이를 통해 정부의 장관 혹은 부총리급 이상 역임한 인물을 좌장으로 모셔 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이 전 부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이 60이 넘고 나서는 보수공사를 하며 살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는 "정신적·체력적으로 한계가 있고 여시재를 궤도에 올려놔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어떻게 하면 30~40대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힘이 되겠다는 것 뿐"이라고 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1944년 중국 상하이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보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제6회 행정고시 합격 ▲대우반도체 대표이사 전무 ▲기업금융정보센터 사장 ▲한국신용평가 대표이사 사장 ▲금융감독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경제부총리 ▲(현)여시재 이사장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