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선물은 늘 代價때문에 준다'는 僞惡

    입력 : 2017.04.08 00:44

    어수웅·Books팀장
    어수웅·Books팀장

    독자 헷갈리게 하지 않고, 최단거리로 질주하는 소설들이 있습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이를 "작가의 의도가 단 한 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않고 결말로 치닫는 소설"이라 표현하더군요. 세월호의 아픔을 표현할 수도 있고, 위안부 할머니의 분노를 과감없이 전달할 수도 있으며,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김연수의 정의처럼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작품에서 지속적이고 깊은 울림이 가능할까요. 1회용 카타르시스로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이슈가 소설 쓰기의 출발점이 될지언정 목적지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번 주 Books는 문학 특집입니다. 커버 스토리는 39세의 미국 젊은 작가 로런 그로프의 장편 '운명과 분노'(Fates and Furies). 그렇게 원했던 데이지를 얻고도 삶에 실패하는 (위대한) 개츠비를 목격할 때의 충격처럼, 삶은 일차방정식처럼 명쾌한 해답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이 장편은 전달합니다.

    2면 메인은 노벨상 작가 마르케스와 요사의 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했던 그레고리 라바사의 '번역을 위한 변명'입니다. '번역가는 반역가'라지만, 가까스로 밀어올리면 미끄러지고 마는 시시포스의 비애를 그는 고백합니다.

    '하이퍼image'의 주인공은 인도 출신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표지 이야기죠. 텍스트를 '배반'하는 표지의 슬픈 운명에 대한 우화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신작에 '2017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刊)이 있습니다. 대상을 받은 작품은 임현의 '고두'(叩頭). 머리를 조아려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죠. 주인공은 이런 독백을 합니다.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단다. 선물을 준다는 것은 돌려받을 대가를 바라서이고 남을 위한 칭찬은 곧 나의 평판으로 이어져서 훗날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되지."

    위악과 능청을 거쳐, 독자는 마지막에야 작가의 의도를 깨닫습니다.

    당의정이 아니라 예방주사로서의 문학. 어쩌면 문학은 역설적으로 '인생의 실용서'가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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