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어루만지네, 傷痕의 문학

    입력 : 2017.04.17 00:09

    [나란히 책 낸 최영미·공지영]

    '흉터와 무늬' 개정판… 한 여성의 치열한 내면적 성장
    단편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상처 가진 개인들의 連帶

    오랫동안 '386세대' 여성 문학을 대표해 온 시인 최영미(56)와 소설가 공지영(54)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최영미는 12년 전에 낸 첫 장편 소설 '흉터와 무늬'(문학동네)를 손질해 개정판을 펴냈고, 공지영은 13년 만에 단편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를 내놓았다.

    최영미(위), 공지영.
    최영미(위), 공지영.
    두 사람은 비슷한 삶의 행로를 거쳐왔다. 1980년대 대학에 입학해 민주화 운동과 함께 전투적인 청년기를 보냈고, 1990년대 문단에 나와 페미니즘 시각을 담은 작품을 썼다. 두 사람은 1994년 최고의 인기 작가였다. 그해 최영미는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공지영은 소설 '고등어'로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두 사람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체험하며 자란 베이비붐 세대의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저항 의식을 선명한 언어 감각으로 담아냈다. 두 사람은 일찍 결혼하고 일찍 파경(破鏡)의 아픔도 겪었지만 꿋꿋하게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했다.

    두 사람의 유사성은 삶의 상처를 진솔하게 묘사하는 '상흔(傷痕) 문학'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발견된다. 공지영의 새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의 주인공은 '내 인생은 난파했고, 내 온몸은 상처가 가득했다'고 절규한다. 최영미의 장편 소설 주인공은 '흉터가 무늬가 되도록 나는 사랑하고 싸웠다'고 선언한다.

    공지영 소설의 주인공은 '운명의 손톱에 생을 할퀴어본 상흔을 나누어 가진 오누이' 같은 타인들과의 만남을 거듭한다. 그녀는 자신과 타인을 연민으로 아우름으로써 현실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개인들의 연대(連帶)를 지향한다. 최영미의 장편 소설은 1960~80년대를 배경으로 삼아 한 여성의 치열한 내면적 성장 과정을 그렸다. 그 여성은 '뺨에 희미하게 남은 손톱자국'에서 출발해 자신의 과거를 파고든다. 그 아픔을 거쳐 성숙과 정화를 체험한다. 주인공은 '스스로 할퀴었던 칼날을 그만 세상 속에 파묻고 싶다. 흘릴 피가 없으니까'라며 회상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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