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뷔시 "독자가 울지 웃을지 공포에 질릴지 계속 질문"

  • 뉴시스

    입력 : 2017.04.20 09:06

    질의에 답하는 프랑스 대표 추리작가 미셸 뷔시
    프랑스 대표 추리작가 첫 내한 간담회
    신작 장편소설 '절대 잊지마' 출간

    "제 이야기는 반전이 중요해요. 제 머리로 생각해내는 내용이기 때문에 스스로 놀라지는 않지만,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놀랄 지 계속 질문을 해나가며 글을 쓰죠. 독자가 울 것인지 웃을 것인지 공포에 질릴 것인지 계속 생각하는 거예요."

    프랑스의 대표 추리작가 미셸 뷔시(52)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프랑스 문화원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절대 잊지마'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독자와 게임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몽블랑 산의 울트라트레일 완주를 꿈꾸는 장애인 '자말'의 이야기를 담은 '절대 잊지마'(달콤한책)도 마찬가지다.

    훈련을 위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절벽에 도착한 2월의 어느 날 아침, 자말은 출입금지 철책에 걸린 붉은 스카프를 발견한다. 그곳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자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허공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곳엔 두 사람뿐이다. 자말은 최후의 수단으로 스카프를 내밀지만 여인은 균형을 잃고 해변의 얼어붙은 자갈 위에 움직이지 않는 여인의 몸이 놓여 있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그녀의 목에는 붉은 스카프가 감겨 있다.

    독자들은 자말이 처한 상황에서 무엇인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끊임없이 탐색해나가야 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추리 작가인 뷔시는 "제 글 중에는 1인칭 시점에서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아다"며 "주인공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인지 항상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에서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건 재미있는 일이지만 정치를 비롯한 현실에서는 거짓이나 기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도 곧 대선을 치르는데 부패 스캔들이 터지고 있어요. 문학에서 진실과 거짓을 왔다갔다하는 건 흥미롭지만 정치인의 이런 행태는 수용하기 어렵죠."

    뷔시는 루앙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정치학자로, 대학에서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 산하 연구단체를 이끌고 있다. 전공은 선거지리학. 이런 배경 덕분인지 그의 소설에는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동떨어져 있는 섬, 작은 마을 등이다.

    '절대 잊지마'의 배경은 노르망디 절벽이다. "제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거예요. 특정 지역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죠. 특히 주로 닫힌 공간이라 지리적인 묘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묘사가 소설의 분위기를 규정하거든요."

    그래서 뉴욕, 런던 같은 대도시보다 정확한 특징이 있는 장소에 놓인 인물들을 다룬다고 했다. "인물의 정체성은 살고 있는 곳과의 관계에서 나와요. 특정 장소에 갇혀 있음으로 가족, 친구 관계 등이 부각되고 그것을 통해 드라마, 이미지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장소가 시각적인 것뿐 아니라 극적인 특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죠."

    반전과 세세한 지리적인 묘사 덕분에 그의 소설은 TV 시리즈, 영화로 각색이 되고 있다. 한국 영화사에서도 그의 소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뷔시는 "프랑스가 배경이지만 사람의 운명이라는 보편적이라 한국으로 배경을 바뀌어도 이해가 되는 것"이라며 "저도 한국 영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뷔시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 소년 시절부터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좋아한 그는 학자로서의 길을 걸으면서도 소설가로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리학 교수로 근무하면서도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첫 소설을 썼으나 대부분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이후에도 단편, 시나리오를 쓰며 꾸준히 습작을 한 뷔시는 2005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제대로 된 영감을 받았다. 아르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재출판간 모리스 르블랑의 책을 옆에 끼고 로마를 거닐고 있는데 바티칸 주위를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든 채 배회한 사람들을 발견한 것이다.

    '뤼팽은 노르망디의 댄 브라운'이라고 생각한 뷔시는 자신의 출신 지역이기도 한 노르망디 지역을 샅샅이 조사하고 그걸 담은 '코드 뤼팽'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2년 '그림자 소녀'의 성공으로 현지에서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뷔시는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는 것이 기쁘다면서도 '대중 작가'라는 이름을 얻은 뒤 "비평가에게는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는 순수문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제 소설이 읽히는 것이 기쁘다"고 했다.

    지리학자로서 서울의 지리에 대한 인상을 묻자 아직 둘러보지 못했다면서 2차 대전 중 폭격을 당한 노르망디와 6·25 동란으로 피해를 입은 서울과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르망디의 80%는 폭격을 당했고, 서울도 전쟁을 치렀죠. 그 폐허 속에서 미래를 건설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서울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청하자 "내가 무엇보다 해주고 싶은 조언은 조언을 듣지 말라는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자신의 상상력과 영감을 믿고 그걸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미 잘 된 소설을 따라하거나 성공의 레시피를 따르려고 해서는 안 돼요. 자신만의 직감을 따르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자 같은 성향도 필요합니다. 이름을 알리지 못한 경우는 더 필요해요. 완벽한 작품을 내놓아야 하거든요."

    추리소설 대가로서 '추리소설'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지만 뷔시는 정작 자신을 추리소설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에 서스펜스 요소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그건 도구일 뿐이에요. 저는 무엇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한편 뷔시는 20일 국립중앙도서관, 21일 서울도서관에서 강연회를 열고 독자와 직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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