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 헌법'이 환갑을 넘기는 이유

  •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입력 : 2017.05.13 01:10

    [Books 특집] 色의 하모니처럼… 링컨과 드골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드골, 희망의 기억
    드골, 희망의 기억

    샤를 드골 지음|심상필 옮김|은행나무|484쪽|2만원

    현대 프랑스를 상징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샤를 드골이다. 그는 침몰하는 프랑스를 두 번이나 구했다. 1940년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자 런던에서 '자유 프랑스'의 깃발을 들어 긴 투쟁 끝에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다. 또 1958년 식민지 알제리의 독립 문제로 프랑스가 양분되어 군사 쿠데타의 위협이 닥치자 의회에서 전권을 위임받아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질서를 회복했다. 드골이 없었다면 프랑스는 제2차 대전의 승전국이 되기도, 전후 유럽을 주도하는 강대국으로 등장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 세기에 한 번 나오기도 어려운 위대한 지도자 드골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그의 회고록을 다시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가 한 발짝 한 발짝 기어오르는 언덕 위에서 나의 임무는 우리나라를 항상 높은 곳으로 인도하는 데 있다."

    '드골, 희망의 기억'을 마치는 문단에서 밝힌 지도자의 의식이다. 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드골은 혼신을 다했다. 하지만 강한 의지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드골은 이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원칙과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드골 리더십의 특징은 민주주의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봉사정신이다. "이제부터 나는 내 임무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드골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말이다. 그는 조국이 부르면 무대에 등장했고 국민의 지지가 약해지면 아무런 미련 없이 권좌에서 내려왔다. 1946년 프랑스의 정치 세력들이 과거의 불안정한 헌법 체제 재건을 담합하자 권력을 놓고 은퇴해 버렸다. 1969년 국민투표에서 지지가 미온하자 임기가 남았음에도 홀연히 대통령직을 버렸다. 위대한 정치 지도자라도 이런 민주적 사고와 깔끔한 퇴장은 정말 드물다.

    드골이 두 번이나 국가 위기 극복에 성공한 것은 국민 통합과 협치의 능력 덕분이다. 드골은 프랑스 임시정부의 수반으로 1944년부터 1946년까지 좌파의 공산당과 사회당, 그리고 우파의 기독교 민주주의와 보수 및 자유주의 세력을 모두 아우르며 전후 프랑스의 경제사회 질서의 기초를 다졌다. 또 드골은 제5공화국을 새로 만들어 1959년부터 1962년까지 좌파 사회당부터 우파의 기민, 자유, 보수주의 세력을 총합하는 대연정을 꾸렸다.

    "회의를 통해 모든 결정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가 자유롭게 완전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드골이 다양한 세력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정부를 운영하는 비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자신이 선장이라면 총리는 항해사에 비유하며 대통령이 큰 방향을 설정하면 모든 일을 책임지는 것은 총리라고 설명한다. 드골은 결국 강한 리더십이란 권력을 과감하게 위임하고 책임자를 신뢰하는 데서 비롯됨을 보여주었다.

    1958년 드골이 다양한 정치 세력의 지지를 도출하여 만든 헌법은 국민투표에서 80%의 압도적 찬성으로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내년이면 이 헌법 질서가 환갑을 맞는다. 대선을 간선에서 직선으로 바꾸었고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등 부분적 개헌이 있었지만 드골이 만든 기본 틀은 여전히 프랑스 정치 질서를 지배한다. 그리고 5년 뒤에는 제3공화국(1875-1940년)을 뛰어넘어 프랑스 헌정사에 최고 장수 체제로 등극할 전망이다. 국민 통합의 정치가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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