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右 협치로 반석 위에 선 나라

  •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입력 : 2017.05.13 01:09

    [Books 특집] 色의 하모니처럼… 링컨과 드골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안병영 지음|문학과지성사|503쪽|2만8000원

    5·9 대통령 보궐선거를 통해 반년 가까이 터널 속에 갇혀 있던 국정 열차가 마침내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 가는 길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싫든 좋든 이제 우리 모두는 이 열차의 동승자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승자와 패자를 양분하지 않았다. 당선자가 41% 득표에 그친 가운데 보수 진영도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중도 세력은 존재감을 잃지 않았고, 좌파 정당도 나름 약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연설 화두가 '통합'이었는데, 이를 의례적 구두선(口頭禪)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민심이 합의와 상생의 정치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합의 정치는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이 알프스의 강소국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사례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나라에서 이 두 나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반세기 전이다.

    1960년대 초 스위스 대사를 지낸 이한빈 선생(훗날 경제부총리)이 1965년에 쓴 '작은 나라가 사는 길: 스위스의 경우'(동아출판사刊)와 196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한 안병영 교수(훗날 교육부총리)가 2013년에 낸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가 이를 웅변한다. 서구의 변방에서 이 나라들은 근대화에 한참 뒤처졌고 안보 불안 또한 만성적이었다. 거친 자연환경과 더불어 가진 것이 사람밖에 없다는 점도 비슷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그럼에도 오늘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세계 유수의 선진국이 되었다. 그 비결의 하나를 '정치의 힘'에서 찾는 것이 두 책의 공통점이다. 언제부턴가 정치가 '힘이 아닌 짐'이 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과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저자들에 의하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는 한국 정치가 배울 게 많은 나라다. 한국 정치에는 없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정치에는 있는 것, 그것은 분권과 협치, 상생과 통합이다.

    스위스는 권력을 부단히 분할하고 하방(下方)하는 나라다. 권력의 중심은 연방이 아니라 개별 칸톤(canton·州·주)이며 실권은 다시 게마인데(gemeinde·市郡·시군) 몫이다. 연방정부는 만년 연립정부이고, 누구에게나 정치는 부업일 뿐이다. 직업 정치인이 없는 대신 지식인이나 사회지도층이 국가 운영에 적극 동참하는데,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이념 정치가 아니라 생활 정치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몰락 이후 생존 가능성마저 의심되던 오스트리아를 다시 반석 위에 세운 것은 좌파와 우파의 협치였다. 이념 갈등으로 치자면 오스트리아 제1공화국은 내전까지 치를 정도였다. 1945년 제2공화국 출범과 더불어 사정은 달라졌다. 68년 중 41년을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의 대연정이 지배하는 동안 중립화 통일과 유럽연합 가입이라는 국가적 위업이 이루어졌다. 이는 망국의 학습 효과였다. 양대 진영은 나치 포로수용소 안에서 극한적 이념 갈등의 해악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사회당이 정통 마르크시즘과 확실히 결별한 것도 상생 정치의 원동력이 되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방식이 한국 정치에 기계적으로 전수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과 방향성은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상생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만고의 진리다. 둘째는 대권(大權) 정치를 분권사회로 바꾸는 제도적 개혁의 중요성이다. 셋째는 통합의 진정성 확보다. 이를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 내부가 이념적으로 투명해지는 일이다.

    [편집자 레터] 41%와 59%의 共生 어수웅·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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