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로 독주하지 말라"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입력 : 2017.05.13 01:09

    [Books 특집] 色의 하모니처럼… 링컨과 드골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정치의 약속
    정치의 약속

    한나 아렌트 지음 | 김선욱 옮김
    푸른숲 | 283쪽 | 1만8000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20세기 최고 정치철학자다. 그녀는 권모술수의 아수라장으로 타락한 현실 정치를 고발한다. 인간의 잠재력을 구현하고 공공성을 복원하는 노력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노동과 제작만을 중시한 현대는 활동적 삶(Vita Activa)의 핵심인 정치적 실천을 소외시켰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면서 독특하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 존재의 복수성(複數性·multiplicity)이야말로 정치의 토대다. 사람은 말과 행동을 통한 정치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사물이 아니라 고유의 존엄함과 개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한다.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역동적 과정이 국가를 만든다. 정치적 의제에 대한 시민들의 토론과 참여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인 근거라고 아렌트는 역설한다.

    아렌트의 유고를 편집해 2005년 나온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정치의 약속'을 담고 있다. 생각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틀렸다'고 비난하는 한국인의 오랜 관습은 정치의 약속을 위협한다. 서로 다른 인간들의 공존과 연합을 다루는 게 정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촛불에서 비롯한 19대 대선 과정 자체가 정치의 약속을 실천한 한국적 현장이었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정통성 있는 민주 정부를 수립하는 성숙함을 과시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아렌트식 공화정의 통합 정치야말로 '문재인 정치'의 약속이 되어야 마땅하다. 민심은 오늘의 시대정신이 개혁과 변화임을 선포하면서 촛불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문재인 정부를 승인했다. 동시에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쟁자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정치적 공간을 열어 주었다. 다른 정당 간 협치와 분권을 통한 사회 통합을 요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41.1%)에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만큼의 추동력을 부여하면서도 결코 독주하지 말라(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58.4%)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민의(民意)가 협치와 연정을 문재인 정부에 '강제'한 셈이다. 따라서 협치와 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해당한다.

    '개혁과 통합으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민심을 정확히 읽은 것이다. 민주주의가 말의 정치임을 돌아볼 때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아름다웠다. 군더더기 없고 진솔하며 시대의 과제를 직격(直擊)하고 있다. 과장과 이미지, 분열과 적대로 가득했던 기존 정치 언어에 대한 성찰로 읽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대선 승리의 공을 국민에게 돌린 대목이다. 궁극적으로 말은 실천과 결합할 때 위력이 증폭된다. 취임 이후 대통령의 소탈함과 열린 행보가 취임사와 맞물린다는 긍정적 인상을 국민에게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초심을 죽 밀고 나가야 한다. 협치와 통합만이 국정 성공을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정치적 진리'를 대표하고 있다는 독단이며 선악의 이분법이다. 진리의 정치와 선악 이분법은 정치를 파괴하며 정치의 약속을 붕괴시킨다. 모든 민주 정부는 뜨거운 국민적 기대 속에 출범했다. 박근혜 정권조차 취임 직후엔 국민적 열망을 업고 있었다. 그러나 환호가 식는 건 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공화정적 통합 정치의 기회와 도전 앞에 서 있다.



    [편집자 레터] 41%와 59%의 共生 어수웅·Books팀장
    '죄수의 딜레마'는 오류… 협력도 진화 복거일·소설가
    링컨은 왜 政敵을 중용했나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
    左·右 협치로 반석 위에 선 나라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드골 헌법'이 환갑을 넘기는 이유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