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왜 政敵을 중용했나

  •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

    입력 : 2017.05.13 01:03

    [Books 특집] 色의 하모니처럼… 링컨과 드골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권력의 조건
    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 이수연 옮김
    21세기북스 | 832쪽 | 3만5000원


    링컨 리더십에 관한 책, '권력의 조건'을 다시 꺼내 읽은 것은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보인 친서민적 행보 때문이다. 광화문 근처로 집무실을 옮기고 국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백악관을 개방하고 '여론 목욕'을 즐겼던 링컨을 연상시킨다.

    이번에 관심 있게 읽은 대목은 '링컨의 침묵'이었다. 1861년 11월 당선 통보를 받은 링컨은 거의 침묵에 가까울 만큼 말을 아꼈다. 재치 있는 유머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리고 정력적인 연설 여행으로 선거기간 내내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링컨이 선거 승리 이후 취임 초반까지 최소의 감사 인사 외에 거의 침묵을 지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국정 운영 방향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미 발표된 내 연설에 다 들어 있다"면서 그는 연설 발췌집을 건네주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당파적 목적을 가진 정적들뿐만 아니라, 동지들에 의해서도 왜곡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링컨이 이처럼 '전략적 침묵'을 지키는 사이 국무장관 내정자 윌리엄 슈어드는 예민하고 대립적인 국정 사안을 풀어나갈 해법을 타진하고 다녔다. 선거 기간 중 미국인들은 흑인 노예제와 보호관세 문제를 놓고 갈라지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심각하게 분열된 집에서 가장(家長)의 발언은 전혀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링컨의 생각이었다.

    갓 즉위한 최고 권력자가 발언을 삼감으로써 온 나라의 말이 새 정부로 흘러들어오게 하는 한편, 조만간 행동으로 보여줄 국정의 추진력을 높인 사례가 링컨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 세종 역시 즉위 초반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국(軍國)의 중대사' 등 주요한 나랏일에 대한 의견 표명은 부왕 태종이 머무는 '상왕전'에서 나왔다. 세종은 마치 도약 직전의 개구리처럼 입을 닫고 인재를 모으고 기르는 일에 집중했다.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
    취임 초 링컨이 보인 또 하나의 특징은 파격적인 반대파 수용이다. "링컨은 종이에 일곱 명을 적었는데, 거기에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슈어드, 체이스, 베이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뿐 아니라 반대당인 민주당 출신의 몽고메리 블레어 등도 들어 있었다." 왜 그렇게 불편한 내각을 구성하느냐는 질문에 링컨은 "조국이 매우 위험한 상태로 접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지금 당장 필요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링컨이 과거의 경쟁자들을 자신의 내각으로 끌어들여 '조직을 탄탄하게' 만든 것처럼, 세종 역시 정적 내지 반대파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양녕대군 쪽에 줄을 섰다가 유배까지 간 황희나, 세종의 장인 심온을 죽이는 데 앞장 선 유정현이 대표적인 예다. 세종은 이들에게 요직을 맡겨 이중삼중으로 갈라진 조선 사회를 통합하게 하는 한편(황희), 심각한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게 했다(유정현).

    세종과 링컨은 왜 이처럼 '어렵게 하는 정치', 즉 자신에게 불편한 정치를 선택했을까? 국가 지도자는 배의 선장과 같아서, 조타수 자리에 앉은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작할 때의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퇴임했을 때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존재라는 것을 깊이 알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링컨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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