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는 오류… 협력도 진화

  • 복거일·소설가

    입력 : 2017.05.13 01:04

    [Books 특집] 色의 하모니처럼… 링컨과 드골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협력의 진화

    협력의 진화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 이경식 옮김
    시스테마 | 292쪽 | 1만7000원


    대통령 선거가 끝나니, 상생이나 협치와 같은 말들이 부쩍 많이 들린다. 원래 정치인들은 이런 말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협력적 태도가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같지 않다. 어느 대통령이나 거의 자기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했다.

    이념과 정책이 다르고 선거에서 싸웠던 사람들과 협력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래도 협력적 태도는 가장 깊은 수준에서 합리적이다. 삶의 기본 원리가 협력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들은 혼자서는 못 산다. 유기체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모여 유전체(genome)를 이루고 협력해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다. 세포들이 모여 기관을 이루고 기관들이 모여 유기체를 이루고 유기체들은 사회를 이루어 협력하며 산다.

    서로 다른 종들의 협력인 공생도 보편적이다. 생태계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공생이 기본 원리다. 우리 세포도 원래 여러 차례 박테리아들이 공생 관계를 맺은 덕분에 나왔다. 우리 몸은 우리가 자신이라고 여기는 부분과 다양한 박테리아들과의 공생체다. 우리 자신과 몸속의 박테리아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는지 우리는 겨우 깨닫기 시작했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는 협력을 통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라 불리는 이런 태도는 삶의 원동력이다. 갈등은 끊임없이 나오지만, 우리는 갈등이 협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애초에 협력이 없다면, 갈등은 나오지 않는다.

    복거일·소설가
    복거일·소설가
    그동안 윤리학자들은 '죄수의 딜레마(dilemma)' 앞에서 절망했다. 그것은 배신이 합리적임을 가리켰다. 실은 그것은 잘못 설계된 실험이었다. 단 한 번의 대면에선 배신이 자연스럽다. 현실에선 누구나 가까운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자연히 협력적이 된다.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로버트 액설로드의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독특한 전략을 따르는 프로그램들이 여러 번 대면해서 협력이나 배신을 하도록 했더니, 협력적 프로그램들이 번창하고 배신하는 프로그램들은 차츰 밀려났다. 협력하되 배신자를 바로 응징하는 전략을 따른 '되갚기(TIT-FOR-TAT)'가 교묘히 속이는 프로그램들보다 성적이 월등히 좋았다. 가상 공간에서도 협력은 기본 원리임이 밝혀진 것이다.

    협력이 보편적 질서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본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는 새 정권이 들어서는 지금 읽을 만하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에 도움이 되는 네 가지 태도를 제시했다. 1) 시기하지 마라. 2) 협력 관계에서 먼저 탈퇴하지 마라. 3) 협력과 탈퇴 모두 상대가 한 대로 해주어라. 4) 너무 약게 행동하지 마라. 우리가 알지만 충실히 따르지 못하는 지침들이다.

    액설로드가 살핀 것은 도덕심이 없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우리는 도덕심을 지녔다. 도덕심은 우리가 사회를 이루어 사는 데 도움이 되므로 진화했고 우리의 협력적 태도를 격려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을 잘하고 배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물질적 이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주는 심리적 이익까지 본다. 양심에 부대껴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협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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