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춤추는 선거운동원, 영국엔 없죠"

    입력 : 2017.05.17 03:05

    ['우리 옆집에 영국 남자가 산다' 출간한 칼럼니스트 팀 알퍼]

    이방인 눈으로 본 한국 관찰기, 역동적 문화에 빠져 11년 살아
    기자·PD 등 경험한 '직업 노마드'… 즐겨부르는 노래는 '백세인생'

    "한국의 선거운동은 꼭 파티 같아요. 특히 거리 유세가 재밌어요. 지하철 입구에서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사람들, 트로트 가요에 맞춰 춤추는 선거운동원 같은 풍경은 영국에선 볼 수 없거든요."

    칼럼니스트 팀 알퍼(40)씨는 지난 2006년 영국 축구 사이트 프리랜서 기자로 처음 한국에 왔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았다"고 했다. 바닥에 앉아 젓가락으로 밥 먹기, 한국식 말장난…. 모든 게 신기했다. 1년만 머물 생각이었지만 그는 역동적인 한국의 매력에 빠져 아예 눌러앉았다. 능숙한 한국말로 "한국인 아내와 22개월 된 딸이 있는 외국인 아재(아저씨) 됐다"며 웃는다.

    11년 동안 한국에 산 그가 '우리 옆집에 영국 남자가 산다'(21세기 북스)란 책을 최근 펴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그는 특히 최근 치러진 선거가 재밌었다고 했다. "딱딱한 영국 사람들은 남에게 웃음거리로 보이는 걸 두려워하죠. 영국 유세는 진지해 보이지만 따분해요. 트로트 가요가 흐르는 활기 넘치는 한국 대선이 즐거웠어요."

    11년간 한국에 살며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 사회를 담은 책을 낸 팀 알퍼씨는 “내 글을 통해 한국 독자들이 익숙하고 당연한 문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년간 한국에 살며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 사회를 담은 책을 낸 팀 알퍼씨는 “내 글을 통해 한국 독자들이 익숙하고 당연한 문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후보자 토론을 모두 챙겨 봤다는 그는 "내가 만약 한국 대통령이라면 오토바이를 험하게 타는 사람들 면허를 박탈하는 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운전대 잡기가 두려워요. 도로에서 자비란 없죠. 처음 한국에서 버스 타려는데 오토바이가 쌩 지나가서 사고 날 뻔했어요."

    그는 '직업 노마드'다. 스스로 "포기가 빠른 남자"라고 했다. 대학에선 영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열여섯 살 때부터 호텔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요리사 코스를 밟다 '선배 요리사에게 욕 듣는 게 싫어' 스물한 살 때 포기했다. 우크라이나에서 4년, 스페인에서 1년을 영화 편집하고 요리하며 살았다. "서른 즈음에 영국에 돌아오니, 인생 위기예요. 이제 뭘 해야 하나 생각하니 잘하는 게 하나 남았더라고요. 글을 쓰는 것."

    축구 기자 되려고 저널리즘 코스를 밟았지만 축구 기자가 넘치는 영국에선 포기. 틈새 시장인 아시아 리그를 소개하러 한국에 왔다. 푸드 칼럼니스트, 교통방송 라디오 PD, 카피라이터, PR 홍보인 등 그간 한국에서 쌓은 직업 이력도 빼곡하다. 그는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어린 후배들이 '팀'이라고 이름 부르면 마음에 안 들어요. 다른 사람한텐 '과장님' '선배님' 하면서. 아들 딸 같은 녀석들이 그러면 속으로 외치죠. 야, 내가 네 친구야 인마?(웃음)"

    그가 쓴 글엔 한국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사랑이 묻어난다. 강남역 인근 학원 강사로 첫 출근을 하던 새벽, 만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자던 양복 입은 샐러리맨을 봤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 무슨 지저분한 나라냐?"였다.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한국은 안전한 나라였던 거예요. 영국 직장인은 절대 길에서 잘 수 없죠. 강도가 지갑, 넥타이 다 빼앗아 갈 테니까." 지옥이 된 지하철 풍경, 목욕탕 찬가 등 한국 생활기를 조선일보 '일사일언'에 소개했고 지난해부턴 '한국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이 애창곡이란다. "가사가 철학 같아요. 나이 걱정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인생을 살아야죠." 그는 "한국인들이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글을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