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잘하려 말고 남도 잘하게 도우라"

    입력 : 2017.05.19 00:52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 만났던 원로 11명 증언 '백년의 유산'

    책 '백년의 유산'
    "너만 잘하려고 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은 가르쳐 주고 같이 잘해라."

    원불교 전팔근(88) 종사는 소태산 박중빈(1891~1944) 대종사의 이 한마디를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 일제 시대 경기여고에 진학해 성적이 잘 나오자 자랑하고픈 마음에 성적표를 대종사에게 보여 드렸다가 들은 말이다. 내심 섭섭했다. 거꾸로 그가 '지독하게 받은 칭찬'은 공동으로 가꾸는 딸기밭의 잡초를 뽑을 때였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도 때때로 생각해요. 왜 그 자그마한 선(善)을, 선도 아니지만 그것을 공심(公心)으로 생각하셨을까?"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를 직접 만났던 원로 11명의 증언을 모은 책 '백년의 유산'(모시는사람들·사진)이 출간됐다. 작년 원불교 100주년 기념 기획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가난했지만 소박하게 진리를 찾던 1930~40년대 원불교 교단 풍경이 펼쳐진다.

    송천은(82) 종사는 "나는 (조선)총독하고도 너 안 바꾼다"는 말을 기억한다. 소태산이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에게 건넨 인사다. 이백철(90) 종사는 빗자루 들고 마당 쓸던 때 들었던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빗자루가 틀어지면 네 마음도 틀어지는 것이여. 요리도 틀고, 저리도 틀고 쓸지 왜 한쪽으로만 홱 틀어지게 하냐?" 어린이에 대한 소태산의 생각은 이랬다. "어른들은 이해심이라도 있지만 어린애들은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 한 번 머리에 섭섭하게 박히면 지울 수가 없다."

    공통 기억은 '공심(公心)'이다. 김대관(84) 종사는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재가(在家) 교도에게 맞는 말이지, 우리 전무(專務) 출신(출가 성직자)은 사(私)가 있을 수 없지요. 무아봉공(無我奉公)"이라고 말한다. 신흥 종교인 원불교가 100년을 이어온 저력을 짐작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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