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새로운 산소 공급할 제3의 심장 필요"

    입력 : 2017.06.14 00:44

    대구 계간지 '시와반시' 25주년… 뿌리 깊어진 서울 밖 지역문예지
    전국적으로 필진 확대하고 국제화 센터 설립 등 다양한 시도

    최근 통권 100호를 낸 대구의 문학계간지 ‘시와반시’ 강현국 주간.
    최근 통권 100호를 낸 대구의 문학계간지 ‘시와반시’ 강현국 주간. /김종호 기자
    "출발은 작고 소박한 희망에서부터 비롯됐다. 서울이 아닌 이 지역에도 제대로 된 시 전문 잡지 하나쯤 있어야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구의 문학계간지 '시와반시'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통권 100호 특집을 냈다. '편견과 관행의 과감한 해체'를 기치로 1992년 창간한 이 잡지는 지금껏 유홍준·김개미·신동옥 등 49명의 시인과 2명의 평론가를 배출하며, 실험성 짙은 작품을 내왔다. 시인인 강현국 주간은 "지금 한국문학사는 중앙시단과 다른 신선한 산소를 공급할 제3의 심장을 요청하고 있다"며 "편집에 대한 독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호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밖에서 뿌리 내린 지역 문예지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잡지협회에 따르면 현재 지역 문예지는 400여곳. '시와 사상'(부산·1994년 창간) '다층'(제주·1998년) '리토피아'(인천·2001년) 등 지역적 기반이 탄탄한 곳도 있지만, 문학적 성취 대신 친목 도모에 집중하는 잡지도 태반이라는 평가다. 1979년 전북에서 창간된 '표현'은 지난 겨울호부터 전국구 필진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반년간지에서 계간지로 체제를 바꿨다. 이 잡지를 이끌고 있는 소재호 시인은 "지역 문예지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에 절치부심했다"며 "문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 인문학적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동한 국내 유일의 문학평론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의 경우, 지난 3월 '도서출판 오문비'를 따로 설립해 편집과 발행의 일원화를 꾀했다. 1991년 창간해 지난해 100호를 찍어낸 저력의 잡지다. 편집주간 손남훈 문학평론가는 "의사소통의 효율화와 잡지의 색깔을 더 분명히 내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지난 봄 호부터 1년간 하나의 주제로 여러 평론가가 돌아가며 쓰는 '릴레이 비평'을 시도하는 등 어깨에 힘을 뺀 기획을 통해 독자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창간 15주년을 맞은 대전의 계간 '시와 정신'은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국제문학으로 무대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간인 김완하 한남대 교수는 "고은 시인이 고문을 맡은 '시와정신 국제화센터'를 9월에 열어 미국 10개 문학 단체를 초청할 예정"이라며 "동남아나 유럽·남미 등 기타 지역으로 문학 교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양은 여전히 척박하다. 재정이 허약해 독자 후원 등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라 원고료는 서울의 대형 출판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 편집위원들은 거의 무보수다. 한 시인은 "보통 계절별로 500부 정도 찍어내는데 순제작비만 연 2000만원"이라며 "수익 사업이 아니다 보니 소명 의식이 없으면 버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블랙리스트 논란을 낳으며 폐지됐던 10억원 규모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이 다시 부활하는 건 희소식. 문예위 관계자는 "이달 중에 공모를 시작해 30곳 정도를 선정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예산 규모는 5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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