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함 빼고 '쿨'하게 설명한 불교, 서양인에게 딱 맞죠"

    입력 : 2017.06.16 03:03

    [현응 스님 책 '깨달음과 역사' 英譯한 재미철학자 홍창성 교수]

    '깨달음 논쟁' 일으킨 문제작
    "서양철학 개념 정확히 반영… 동아시아 불교 알리려 번역"
    출간 기념 영어 강연·토론회도

    '깨달음과 역사'
    "불교는 '쿨(cool)'한 종교입니다. 논리적·합리적이죠.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서양인에겐 이렇게 접근하면 훨씬 이해와 설득이 빠릅니다. 신비적 요소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현응 스님의 책은 불교를 아예 모르거나 관심은 있지만 어렵게 여기는 서양인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최근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저서 '깨달음과 역사'(불광출판사·작은 사진 왼쪽)를 영어로 번역('Enlightenment and History'·오른쪽)한 홍창성(53)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교수는 지난 13일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지난 2015년 개정증보판 발간 때 조계종에 이른바 '깨달음 논쟁'을 일으킨 문제작. 현응 스님은 이 책에서 "깨달음은 신비롭거나 높디높은 경지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불교의 주요 개념에 대해 논증했다. "깨달음은 좌선(坐禪)을 통해 '이루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당시 선승(禪僧)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홍 교수가 이 책이 미국 독자들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때문이다. '불교는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국내에서는 논쟁을 부르지만, 아무 선입견이 없는 미국인들에겐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는 것.

    현응 스님(오른쪽)의 책 ‘깨달음과 역사’를 영역한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 교수. “영역본을 읽어봤느냐”고 묻자 스님은 “서문만 봤다”며 웃었다. 홍 교수는 “스님의 유려한 문체까지 담아냈는지는 자신 없다”고 했다.
    현응 스님(오른쪽)의 책 ‘깨달음과 역사’를 영역한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 교수. “영역본을 읽어봤느냐”고 묻자 스님은 “서문만 봤다”며 웃었다. 홍 교수는 “스님의 유려한 문체까지 담아냈는지는 자신 없다”고 했다. /김한수 기자
    홍 교수는 '책으로 불교를 배운 경우'다. 불교 집안에서 자랐고, 미국 유학 중엔 숭산 스님의 선센터를 찾아 수행도 했지만 불자로서 법명(法名)도, 다니는 사찰도 없었다. 서울대 철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8년부터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서양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불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의 시작은 2000년대 중반. 2005년 미국철학회 아시아분과위원장을 맡으면서 불교철학서를 섭렵했다. 10여 년 미국 생활에 영어 단어가 한국어보다 먼저 떠오르고, 논리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그의 입맛은 이미 '미국식'이었다. 그 입맛에 맞는 동아시아 불교에 관한 저술은 찾기도 어렵고, 이해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10년 계간 '불교평론'에 실린 현응 스님의 '기본불교와 대승불교'라는 논문과 '깨달음과 역사'를 읽고 명쾌한 논리에 매료됐다. "정식으로 서양철학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을 스님의 저서에 최신 서양철학의 주요 개념까지 잘 소화돼 정리된 것을 보고 속된 말로 '(비판의) 칼을 꽂을 틈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때까지도 조계종 승려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원장'을 '어느 학원 원장' 정도로 알았던 그는 일면식도 없던 현응 스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교류가 시작됐고 번역까지 이어졌다.

    13일 조계종 교육원에서 홍 교수를 만난 현응 스님은 "번역하느라 고생하셨는데, 책이 미국에서 좀 팔릴까요?"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홍 교수는 "요즘 미국에선 '불교에 대해 좀 알아야 교양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책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관심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한 홍 교수는 공동 번역자인 아내 유선경(52) 미네소타주립대 교수와 함께 영어 강연·토론회도 연다. 강연·토론회는 21·22·28·29일 서울 종로구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에서 열린다. (02)536-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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