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이미지] 30년 전 부산… 우리는 같은 바다를 바라봤다

    입력 : 2017.06.17 00:42

    기억 극장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여름의 부산 해수욕장. 바지 걷어 올린 사내와 뒷짐 진 여성이 오른편에 있는 벌거숭이 아이를 바라본다. 사진가 이갑철(58)이 찍은 '부산 1987'〈사진〉. 설명은 그걸로 끝이다. 해운대인지 광안리인지, 이들이 가족인지도 불분명하다. 가족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니, 이들이 가족이라 추측할 뿐.

    '부산 1987' 사진

    맥락도 장소도 불분명한 이 30년 전 흑백사진은 그래서 집단적 기억의 파편이 된다. 단서가 없기에 모두의 과거일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 사진은 단서 과잉이다. 젊은이들은 시시콜콜한 내용을 모두 '샤프'(해시태그) 뒤에 기록한다. 이런 식. "#부산 #해운대 #여름휴가 #넘나행복 #누구네가족…" 내 기억이라고 도장을 쿵쿵 찍는다.

    개인과 집단의 기억은 어떻게 갈라지고 포개지는 것일까. "고행하듯 찾아다니며 만난 대상들에게서 번져 나오는 내음과 전율로 가득한 사진을 원한다"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갑철.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그가 촬영한 사진에 글을 붙였다. 구 조선총독부 건물이 버젓이 경복궁 안에 자리 잡고 있고, 88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응답하라'의 시대가 서늘하게 말을 걸어온다. '기억 극장'(김은산 글·이갑철 사진·아트북스 刊) 114~115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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