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밥 딜런, 뒤늦은 노벨상 연설의 소음

    입력 : 2017.06.17 01:13

    어수웅·Books팀장
    어수웅·Books팀장
    아직까지 밥 딜런이 화제라는 건, 조금 지루한 일이죠. 노벨문학상 발표가 지난 10월의 일이었으니, 벌써 반년도 훌쩍 넘은 일. 그런데 아직도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역시 소음과 잡음이네요.

    지난해 12월의 시상식에 불참했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락 강연이 지난주에 있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6월 10일까지 강연을 해야만 10억원의 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비공개 강연 전문을 보면,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문학으로 세 권을 꼽았습니다. 호머의 '오디세이',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그리고 허먼 멜빌의 '모비딕'.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모비딕'에서 발생했죠. 스파크노트(SparkNotes) 등 인터넷 고전 인용 사이트에서 '모비딕' 구절을 가져와 베꼈다는 겁니다. 어떻게 확인하냐고요? 그 인용 사이트의 오류까지도 잘못 인용했거든요. 실제 '모비딕'에는 없지만, 그 사이트에는 떠 있는. 외신들은 점잖게는 '자유분방'(freewheeling), 심하게는 '도둑질'(theft) 등으로 조롱하고 있습니다. freewheeling에는 페달 굴리지 않고 자전거 타기의 의미도 있죠.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노스웨스턴대학 영문과의 후안 마르티네스 교수는 "만약 밥 딜런이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면, 낙제점을 줬을 것"이라고 비꼬았네요.

    작가들의 노벨상 수락 연설문 중에 기억나는 문장들이 적지 않습니다. 평생 시인을 꿈꿨으나 이루지 못하고 여행 가방 속에 원고 뭉치만을 들고 다니던 아버지를 고백했던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수백만의 병사를 가진 독재자의 군대도 예술가를 그의 예술적 고립으로부터 해방시킬 수는 없다고 선언한 알베르 카뮈, 평범한 인물이었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들을 문학적 언어로 창조하고 싶었다던 주제 사라마구….

    지난해 노벨문학상의 과격한 선택은 문학의 경계에 대한 논쟁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쉽게 잊히기보다 시끄럽게라도 기억되는 게 목적이었다면, 안타깝게도 그 욕망은 점점 충족되고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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