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현대詩 시선집 교차 출간

    입력 : 2017.06.19 03:03

    '미친 듯 푸른 하늘을 보았다' '도화 아래 잠들다' 각각 발간

    한국과 이란이 현대시 대표 시선집을 주고받았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란 시인 84명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시선집 '미친 듯 푸른 하늘을 보았다'를 냈고, 이란 이슬람 예술센터 문예창작국은 한국 시인 24명의 대표시를 이란어로 옮긴 '도화 아래 잠들다'를 교차 출간했다. 이란 시인을 대표해 알리레자 가즈베(문예창작국 본부장)가 번역가 모센 라흐제디와 함께 17일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시인 장석남(한양여대 교수)과 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교수)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가즈베의 시는 정전(停電)을 통해 자연의 순간적인 회복을 노래한 '엘리베이터의 봄'이 한국어 시선집에 실렸다. '전기가 나갔어/ 봄이 갇혔어/ 엘리베이터 안에 비가 내려// 전기가 나가면/ 달은 하늘의 천장에 달라붙고/ 자오선과 적도는 땅의 천장에 착 붙지'라며 문명의 이면(裏面)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한 것. 그가 모성(母性)을 예찬한 시 '어머니'도 번역됐다.

    한국과 이란 문인들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유성호, 장석남, 가즈베, 라흐제디.
    한국과 이란 문인들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유성호, 장석남, 가즈베, 라흐제디. /박해현 기자

    장석남 시인은 "가즈베의 시 두 편은 서로 상반된 작품"이라며 "문명이 인간을 억압했을 때 이것의 회복을 향한 안타까움을 노래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장석남은 "문명의 모순에 대한 고찰을 비롯해 초월적 세계를 노래한 시들, 개인적 사랑의 노래, 전쟁의 비극을 똑똑히 바라보는 고발시들까지 이란의 현대시는 한국 현대시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즈베는 장석남의 시 '오래된 정원'을 읽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 뿐이지'. 가즈베는 "장석남의 시 세계는 상처와 통증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며 "'삶은 상처'라는 시행에 그의 시 세계가 집중돼 있다"고 풀이했다.

    가즈베는 "인간 사회는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정치가 꼭대기에 있고 문화와 문학이 넓은 밑바닥이 돼 안정감을 준다"며 "하지만 오늘날 그 피라미드가 거꾸로 돼 사회가 세계가 위태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메이니는 철학자이자 시인이었고, 현자(賢者)였다. 이란 문학이 세계문학에 제시하려는 것은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의 사상"이라고 말했다. 유성호 교수는 이란 현대시 시선집에 대해 "이란이 겪은 전쟁의 상처라든지 현실의 고통을 노래한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며 "그동안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이란 문학을 정면으로 볼 실물적 사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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