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공댁 시집온 어머니의 삶이 근현대사"

    입력 : 2017.06.20 01:32

    충정공 민영환 증손녀 민명기씨, 모친을 주인공으로 첫 소설 펴내

    민명기씨
    /장련성 객원기자
    여흥 민(閔)씨 삼방파 31세손.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한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의 증손녀 민명기(72·사진)씨가 첫 소설 '하린(夏麟)'을 냈다. "어릴 적 제삿날이며 바느질하며 할머니들이 나누던 얘기가 역사 자체더군요. 근현대사를 통과해낸 여인을 통해 당대를 복원해보고자 했습니다."

    소설가 김인숙이 "소설로 쓰였으나 아마도 실재했을 이야기"라고 평했듯, 민씨는 나이 스물셋에 서울 계동의 충정공 댁으로 시집 온 어머니를 주인공 하린으로 내세워 서사를 끌어나간다. "시간·공간적 배경과 사건, 등장인물은 대개 역사적 사실이에요. 다만 피란 중 벌어지는 하린의 로맨스는 픽션이죠. 스물일곱에 남편 잃고 평생 외로우셨는데 소설에서나마 사건을 누리셨으면 해서요."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나와 1975년 남편 미국 유학길을 따라 7년간 미국변호사협회 회계부서에서 일했고, 이후 2001년까지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다녔다. "문학을 공부해 본 적은 없지만 과거를 남기고 싶다는 열망은 컸다"고 말했다. 남편도 응원했다. "'대한제국 멸망과 6·25전쟁까지를 그려낸 소설이 많지 않으니 한번 써보는 게 어떠냐'며 책도 여러 권 사다 줬다"고 했다. 남편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다.

    한때 위세등등했던 명문가의 풍파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다. 친일파 송병준(1858~1925)의 증손자가 인천 부평구에 있던 미군부대 일대의 땅을 돌려달라며 2002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자 민씨를 포함한 식구 14명이 "송병준이 충정공 부인을 속여 땅을 가로챈 것이니 땅 일부의 소유권은 민영환 후손에게 있다"며 2004년 법정 싸움에 뛰어들었다. "복잡한 문제죠. 땅이 득(得)이 아니라 사(邪)가 될 수 있고요."

    2011년 대법원이 송병준 일가의 패소를 확정 지으면서 땅은 국가 소유가 됐다. 민씨 측도 송사를 포기했다. "어느 개인의 땅이 돼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죠."

    이달 초 김원우 소설가가 민영환의 사촌형 민영익(1860~1914)을 소재로 한 소설을 내는 등 당시를 다시 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민씨는 "조만간 '인간 민영환'을 조명하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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