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그대로지만 울 수밖에 없다면

    입력 : 2017.06.29 16:04

    울어도 그대로지만 울 수밖에 없다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지음|난다|192쪽 |1만2000원

    서른 즈음에 낸 첫 시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5년 전 출간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한때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시집으로는 드문 일이다.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따뜻하다. 누군가의 말은 그 사람의 마지막 유언이 될 수도 있다. 외할아버지는 "뜨거운 물 좀 떠와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어느 소설가 선생님은 "그때 만났던 청요릿집에서 곧 보세"라고 했다. 시인은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말 한 문장 정도는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시인의 누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누나의 물건은 모두 태우거나 처분했는데 고이 모아놓은 편지만은 버리지 못했다. 떠난 이가 남긴 편지를 읽다가 엉뚱한 대목에서 눈물이 터졌다. 여고시절 그녀가 친구와 릴레이 형식으로 주고받은 편지였다.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라는 내용이다. 시인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10여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나는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것으로 편지 훔쳐보는 일을 그만두었다"고 쓴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죽고 싶다"고 고백한다. 시인은 1983년생으로 30대 중반인데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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