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28일 캠핑 여행, 마음은 하늘 위로 '붕붕'

  • 조유식·알라딘 대표

    입력 : 2017.07.06 20:47

    책 표지 이미지

    허영만과 함께하는 힐링 캠핑

    허영만·김태훈 지음|가디언|244쪽|1만5000원

    이 책은 허영만 화백과 산악인 고 박영석 대장 등 다섯 남자가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을 28일간 일주한 기록이다. 눈을 의심할 만큼 아름다웠던 풍경과 순간들을 허 화백이 삽화로 남겼고, 뉴질랜드 이민 12년 차에 캠퍼밴 오너드라이버인 여행칼럼니스트 김태훈이 글을 붙였다. 그림도 사진도 글도 다 좋아서 읽는 이의 마음을 하늘 위로 붕 띄워 놓는다.

    캠퍼밴은 여행지가 벼랑 끝이든 바닷가든 깊은 숲속이든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운 채 요리를 만들어 먹고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낭만을 선사하면서, 운행 중에도 피곤하면 180도로 쫙 펴서 드러누워 좌우로 뒹굴 수도 있으니, 비행기 1등석보다도 아늑하다. 볼일을 볼 수도 있고 간단히 씻을 수도 있다. 해상 여행의 지존이 유람선 여행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육상 여행의 끝판왕이 캠퍼밴 여행이라는 데는 한 표 던질 수 있다. 더구나 이 캠퍼밴이 질주하는 곳이 지상에서 가장 웅장한 뉴질랜드의 자연이라면 편하게 누워갈지언정 잠잘 틈은 없다.

    캠퍼밴에서 문을 열자마자 맞이하는 아침은 환상이다. “숲속에서 자는 밤은 쾌적하고 편안하다. 캠퍼밴 문을 여니 이슬을 머금은 찬 기운이 아침 햇살에 증기로 피어올라 숲 전체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다.”

    게다가 자연 속 어디든 주방 겸 숙소 겸 보급 창고가 계속 따라다니니 못할 일이 없다. 허 화백이 삽화 옆에 손글씨로 남긴 메모들에 의하면 하루는 해변에서 침낭만 덮고 비박을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행복한 밤을 보낸 케이블 베이 해변 하늘에는 쏟아질 듯 별이 빛나고, 파도 소리와 함께 달빛을 덮고 잠이 들었다. 생애 최고의 황홀한 밤. 행복이 침낭 안에 가득하다.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

    하루는 호숫가 부두 위에 둘러앉아 흠뻑 취한 눈으로 별똥별을 바라본다.

    “호수 안으로 쭉 뻗은 널빤지 위에서 달과 함께 흠뻑 취했다. 밤하늘에 뜬 달, 호수에 뜬 달, 술잔 위에 뜬 달, 마주 앉은 친구의 눈에 뜬 달 어마어마하게 밝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또렷이 목격한 밤이었다.”

    또 하루는 루어낚시를 하다 갓 끓인 커피잔을 들고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느낀다.

    “‘낚싯대랑 커피랑 바꾸시죠?’ 허 화백은 낚싯대를 넘겨주고 주변을 보며 ‘꼭 꿈같다’ 한마디 한다. 결국 연어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모닥불에 모여 있지만 영원할 것만 같은 이 시간과 공간은 한 점 부족함이나 아쉬움 없는 완벽한 평안을 우리에게 주었다.”

    뉴질랜드가 이토록 청정 자연을 보존하고 있는 것은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남섬 끝에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밀포드 트랙으로 이어지는 94번 도로가 있다. 최고 관광지지만 몇 시간을 가도 식당이나 카페, 심지어 주유소조차 볼 수 없다. 게다가 길은 끊어져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대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좀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입장료도 안 받는다. 뉴질랜드의 자연은 하늘이 내린 것이니 모두 함께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 캠프 사이트들의 입지가 가장 좋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캠핑카가 뉴질랜드에 있다. 그중 절반 가까이는 날씨 좋은 곳을 쫓아 이동하며 몇 개월씩 캠퍼밴 여행을 즐기는 은퇴한 부부들이라고 한다. 이 책에 의하면 성 어거스틴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은 책과 같다.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한 페이지만 읽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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