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디킨스가 있다면 한국엔 '女工 문학'이 있다"

    입력 : 2017.07.11 01:21

    한국 여공 문학의 의미 분석… 배러클러프 호주국립대 교수

    배러클러프 교수는 “여공은 사라졌지만 비슷한 문제는 비정규직 등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러클러프 교수는 “여공은 사라졌지만 비슷한 문제는 비정규직 등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윤철 인턴기자
    "찰스 디킨스 소설을 읽으면 영국 산업혁명 과정에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죠. 한국에서는 '여공 문학'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드러내놓고 말 못 했던 산업화의 비밀들이 녹아 있어요."

    루스 배러클러프(46) 호주국립대 문화역사언어학부 교수가 쓴 '여공 문학'(후마니타스 刊)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1930년대 나온 강경애의 '인간문제'부터 1970년대 여공들의 자전적 수기, 신경숙의 '외딴 방'(1995)까지 7~8편을 살폈다. 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를 10일 인사동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저 71년생이에요"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익숙한 금발 호주인에게 한국 여공 문학의 의미를 물었다.

    "영국의 산업화, 한국의 산업화는 모두 다른 형태죠. 한국은 식민지 시기를 거쳐서 압축적으로 산업화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군부 독재도 있었지요. 그 흉터가 여공 문학에서 나타나요. 여공 문학의 마지막 걸작이었던 '외딴 방'으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어요. 오히려 지금이 산업화가 한국에 가져온 변화를 살피기 좋은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공 문학이 전하는 당시 시대상은 공포와 부끄러움 어딘가에 있다. 공장 감독이 강간을 일삼던 1930년대 문학, 수당과 육체를 맞바꿔야 했던 1970년대의 '강압적 풍경'들이 그렇다. '외딴 방'은 그런 모습을 "네가 그런 시절(여공 생활)이 있었다는 걸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니?"라는 대사로 처리한다. 루스는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던 시기 개개인이 겪었던 삶의 풍경을 읽어낼 수 있다"고 했다.

    호주 퀸즐랜드대에서 러시아문학을 공부하던 그는 1989년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초청으로 3주 동안 한국을 찾았다. 당시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에서 만난 또래 여공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톨스토이 같은 러시아 문호의 작품을 읽고 있던 여공들이 언젠가는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키우고 있었죠."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여공 문학을 전공해 호주국립대 동아시아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당시 시대상도 철저히 찾아봤다. 호주에서 조선일보 마이크로필름을 뒤져가며 1920~1930년대 기사를 찾아 읽었다. 1970년대 이후로는 당시 벌어졌던 노동운동과 여공 문학의 기술 내용을 비교해봤다.

    그는 "책을 다 쓰고 나서야 여공 문학이 전달하는 핵심 주제는 일상적인 '성폭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공의 삶을 깊숙이 통제한 다층적 폭력을 알아야 한국 산업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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