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詩 쓸 힘 얻어… 후임들에 도움되길"

    입력 : 2017.07.13 03:05 | 수정 : 2017.07.13 14:01

    군복무 중에 本紙 신춘문예 당선 유수연씨, 상금 군인권센터에 기부

    유수연씨
    /장련성 객원기자
    지난해 가을 강원도에서 육군 상병으로 복무 중이던 유수연(23·사진)씨는 오후 5시 일과가 끝나면 생활관으로 돌아와 매일같이 시를 썼다. 하루 동안 떠오른 생각을 적다 보면 공책 한 페이지가 금방 찼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이 지난 1월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작품 '애인'이다.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는 시구(詩句)로 시작하는 이 작품을 유씨는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해에 관한 시"라고 소개했다. 지난 3월 전역한 그는 최근 상금 500만원 중 200만원을 군인권센터에 기부했다. 군인권센터는 군대 내 인권침해를 제보받아 감시하는 시민단체다.

    지난 11일 만난 유씨는 "군대 안에서 시를 쓸 힘을 얻었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든 군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우연히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접하고 시의 매력에 빠졌다. 안양예고와 명지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입대 전까지 5년 동안 늘 시를 쓰며 살았다. 그러나 입대 직전엔 수년간 이어진 시 쓰기에 질려 무기력증에 빠진 상태였다. 입대는 일종의 도피처였다.

    그가 복무한 부대에는 유난히 검정고시나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학업을 게을리했다던 한 친구는 "영어 단어 하나 읽을 줄 아는 게 꿈"이라며 매일 밤 사전에 고개를 파묻었다. 유씨는 "군대에서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보고 '내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상병이 된 이후부터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주어지는 자유 시간 동안 매일 시 쓰기에 몰두했다.

    유씨는 신춘문예 당선 직후 상금을 부대에 기부해 검정고시 등을 준비하는 군인을 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군인 신분으로 부대에 기부하면 '압력이 있던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까 봐 제대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기부처를 바꾼 것은 제대 후 '해군 여대위 성폭행' '육군 동성애자 색출 지시' 사건 등을 뉴스에서 알게 되면서였다. 유씨는 "군대 내 사건·사고들이 터질 때마다 입대를 앞둔 친구들이 '군대 가면 인생이 끝난다'며 두려워하더라"며 "군대가 누구에게도 절망의 공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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