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입력 : 2017.07.13 15:31

    [books 레터]

    중국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모옌, 위화, 왕숴, 쑤퉁이 함께 모인 적이 있습니다.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 이번 호를 읽다가 알게된 사실이죠.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61), '형제' '허삼관 매혈기'의 위화(57), '노는 것만큼 신나는 것도 없다'의 왕숴(59), '눈물'의 쑤퉁(54).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문학포럼이었는데 1998년이니 다들 젊었던 시절이죠. 포럼 주제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모옌의 변(辯)은 가죽 구두를 사고 싶어서였답니다. 청년 모옌은 군인이었는데, 주의 깊게 관찰해보니 장교는 가죽 구두, 사병들은 모두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더라는 것. 글 써서 원고료 모으면 가죽 구두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작가 모옌의 시작이었습니다. 위화는 치과 의사에서 작가로 전직한 경우. 지금 잣대로는 이해가 힘들죠. 돈 많이 버는 의사를 포기하고 가난한 소설가를? 하지만 당시 중국은 달랐답니다. 치과 의사건 소설가건 모두 국가에서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썩은 이를 기다리느니 문화관에서 매일 노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가 되고 싶다….

    왕숴의 솔직한 고백에 가장 끌렸습니다. 청년 왕숴는 해군 사병이었답니다. 근처 병원의 간호사들이 그렇게 예뻤다네요. 당시 중국은 가장 예쁜 여자들을 선발해 군 간호사를 시켰답니다. 젊은 왕숴는 미친 듯이 해군병원에서 일하고 싶었고, 수소문해보니 글 쓰는 '문화간사'라는 보직이 있었다는군요. 간절히 원하면 결국 꿈은 이뤄집니다.

    어수웅·Books팀장
    어수웅·Books팀장
    마지막으로 넷 중 가장 젊은 쑤퉁. 유일하게 대졸의 고학력이었는데, 앞의 세 선배 고백에 열패감을 느꼈다는군요. 자기는 그냥 책 읽는 게 좋아서, 글 쓰는 게 좋아서, 문학을 전공해서가 이유였으니까요.

    이번 주 Books 커버스토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최근 10년간 하루키는 자신의 글에서 정의와 윤리를 강조해왔죠. 중동 평화, 원전 반대, 난징 대학살…. 하지만 저로서는 예쁜 여자들에게 멋져 보이기 위해 글 쓴다던 시절의 하루키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태도에 관하여'의 작가이자 하루키 마니아로 손꼽히는 임경선이 이전 그의 모든 작품과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뜯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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