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 佛 르 클레지오, 11년만의 소설집

  • 뉴시스

    입력 : 2017.07.14 11:25

    르 클레지오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우리는 불완전한 자들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데님'이라고 부른다. 평상시에 입고 다니는 파란 천으로 된 옷과 하얀 운동화, 그리고 눈을 가려주는 챙 모자 때문이다. 예전에 성직자들은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의 눈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리오? 하면서 이 모자를 쓰지 못하게 금지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런 미신으로부터 자유롭다."(282~283쪽)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3년간 집필한 작품들을 모은 소설집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자 '타오르는 마음'(2000) 이후 11년 만의 소설집이다.

    "지배적인 문명 너머 또 그 아래에서 인간을 탐사한 작가"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는 억새처럼 유연하지만 강인한 여성의 삶부터 땅속 거미, 뱃속 태아의 이야기까지, 가장 낮은 곳에서 고요하게 울리는 생을 향한 강렬한 목소리들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이번 신작은 다양한 세계에서 문학적 영감을 퍼올리는 르 클레지오의 다층적이고 다문화적인 작품의 계보를 충실히 잇는 작품으로서, 파리 교외, 아프리카 대륙, 모리셔스, 그리고 서울과 런던, 파리를 잇는 지하철 등을 배경으로 여성, 난민, 종족 전쟁, 환경 파괴 등 오늘날의 세계가 겪는 문제들을 다양한 인물들과 언어, 문화 속에서 그리고 있다. 작가가 2008년 초까지 체류했던 서울과 그곳에서 만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약자의 목소리, 주로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의 소설 속 여성들은 어리석고 잔인한 세상 속으로 내던져지고, 가난 혹은 결핍 속에서 태어나 불행과 추방의 드라마를 겪는 등 불안하고 비극적인 환경에 놓이지만, 닥쳐온 역경에 불굴의 의지로 의연히 맞서나간다.

    르 클레지오는 2011년 '르 푸앵'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인물들을 작품의 중심에 설정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문학 인생은 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동부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그의 할머니는 사업에 재주가 없었던 모리셔스 출신 할아버지를 만나고, 여성은 재산권을 가질 수 없는 시절, 전쟁중 재산을 모두 잃는다. 하지만 르 클레지오 가족이 프랑스 남부에서 전쟁을 견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할머니의 기지 덕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국가나 민족의 한계를 넘어서는 여성들의 섬세한 우정과 능동적 연대의 힘에 대해 논했다. 여성들의 사회적, 역사적 위상을 증언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여성의 내밀한 감각과 정서까지 파고들고, 자연과 인간, 특히 자연과 여성의 관계를 신성시하는 아프리카의 전통적 시각을 보여준다.

    옮긴이 정희경씨는 "이 단편집은 오늘날의 세계가 겪는 문제들,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여성들, 난민, 종족 전쟁, 환경 파괴, 우리 안의 타자와 소수자 등의 현실적인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과 언어, 문화 속에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에게 오늘을 사는 것은 한계 속에 고착되어 고정되는 것이 아닌 까닭에, 그는 실제든 상상이든 여행을 통해 움직임으로써 글쓰기를 풍요롭게 살찌운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몸에 대한 놀라운 지식과 미세한 부분까지 포착할 수 있는 보기드문 관찰력을 가졌으며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온 세상을 구석구석 살핌으로써 사산된 아이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거미들의 삶까지도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432쪽, 문학동네,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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