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남자가 자기 아내를 죽였다

  • 북스조선

    입력 : 2017.08.04 17:44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김남주 옮김|뮤진트리|276쪽|1만3800원

    국내에서 큰 호평을 받은 연극 '대학살의 신', '아트'를 쓴 프랑스 최고의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범죄소설로 돌아왔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그러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우리 일상의 심연을 파고들어가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60대에 들어선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별 생각 없이 캐주얼한 봄맞이 파티를 기획했고, 친구들과 이웃 부부를 초청했고, 모두 즐겁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취했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으나 그 이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그 이유가 파티에서의 사소한 실수이건, 평소 쌓인 갈등이건, 사소한 가치관의 차이이건 간에, 결론적으로는 남편이 아내를 죽였고 아내는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니, 이것은 엄연한 범죄이고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요즘 드물지 않게 보고 듣는 사건이고 정황이다.
    그러나 야스미나 레자는 그 상황에서 시선을 살인자에게로 돌린다. 그리고 기꺼이 살인자의 손을 잡아 준다.

    측정 불가능한 미세한 상호작용, 모호하고도 간접적인 공감의 조합이 화자로 하여금 이웃집 남자를 도와 그의 아내의 시체를 여행 가방에 넣는 어마어마한 공모를 감행하게 하는데, 거기에 개입된 것은 존재만큼이나 가벼운 공감, 인간만큼이나 외롭게 존재하는 풍경과의 접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남주 번역가는 “야스미나 레자가 겨냥하는 것은 흔한 감각적 재미가 아니다. 사실 저자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이웃집 남자가 자기 아내를 목 졸라 죽였다’라는 문장을 첫 문장으로 선택했다면 이 작품은 르노도상보다 대중적 인기가 훨씬 더 높은 공쿠르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더 많아졌으리라는 것을.” 이라고 말하며 레자의 독창적 차별성을 높이 평가했다.


    극작가 출신 저자답게 소설은 희곡처럼 읽히고 마치 무대 위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여름 밤 연극 작품을 보듯 펼쳐진 소설에 빠져보길 바란다.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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