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이미지] 집배원 최씨의 23년 전 편지함에는…

    입력 : 2017.08.04 23:36

    우편집배원 최씨

    산골마을 소녀는 활짝 웃으며 집배원 오토바이 함에 담긴 편지 더미로 다가선다. 조금 뒤편 툇마루 아이들 눈빛에는 호기심이 한가득이다. 정년을 앞둔 집배원과 천진난만한 아이들. 전화기가 가정마다 보급됐을 1994년 여름이지만 편지는 여전히 사람을 웃게 만든다.

    [하이퍼이미지] 집배원 최씨의 23년 전 편지함에는…
    1994년 8월 경남 함양 마천면. 사진가 조성기(50)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 마을에서 열흘 동안 자고 먹으며 셔터를 눌렀다. 대상은 당시 정년을 앞두고 있던 마천우체국 소속 집배원 최씨. 그는 6·25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19세 때부터 우편 행낭을 멨다.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은 걸어갔고, 시간을 아끼려고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시킨 뒤 윗마을로 배달부터 다녀오고 불어터진 면발을 넘겼다. 그런 최씨의 모습을 빈틈없이 담았다.

    고작 23년 전 풍경이라는 게 믿기 어렵다. 우편의 위상은 달라졌고 사진의 역할도 바뀌었다. 그림보다 화려하고 색감이 남다른 예쁘장한 사진이 인기인 시대다. 묵묵히 사실을 기록한 흑백사진은 사진의 본령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조성기 사진집 '우편집배원 최씨'(눈빛 刊) 3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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