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짜리 눈물, 누군가에겐 지구만 한 슬픔입니다

    입력 : 2017.08.07 01:05

    [첫 시집 '지구만큼…'펴낸 신철규]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비애의 심상 다루는 '눈물의 시인'
    '쇼코의 미소' 쓴 최은영과 부부

    사람이 흘리는 눈물의 무게는 한 방울에 1g 정도. 이 초경량의 물방울이 인간을 휘청거리게 하고 때로 나자빠뜨린다. 그러니 신철규(37) 시인은 시 '눈물의 중력'에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쏟아진 눈물이 고여 한 권의 내력을 이루기도 하는데, 최근 출간된 신씨의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가 그런 경우다. 수록된 64편의 시 대부분이 울음의 습기를 껴안고 있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유빙'부터 한결같았다. "물은 인간의 필수인 동시에 인간을 죽일 수도 있죠. 조금도 가만있지 못하고 출렁이고 변하고 흘러가는 게 삶의 모습 같기도 해요. 눈물·먹장구름·장마 같은 물의 이미지를 자주 쓰게 된 이유예요."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시집을 '6년 동안의 울음'이라고 평했다.

    신철규 시인은 “앞으로는 말의 과잉을 경계하고 언어의 신비에 집중하는 김종삼 시인 같은 시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철규 시인은 “앞으로는 말의 과잉을 경계하고 언어의 신비에 집중하는 김종삼 시인 같은 시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경남 거창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지만 '눈물의 시인' 칭호를 먼저 획득한 박용래(1925~1980)의 향토적 서정과는 다르다. 그가 목격한 슬픔은 전쟁과 가난과 세월호 등 사회문제와 관련이 깊다. 시집 제목도 거기서 나왔다. "몇 년 전 서울 구룡마을 판잣집을 비추는 TV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거기 사는 꼬마애가 '학급 친구 생일 잔치에 나만 초대 못 받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와요. 울먹이면서 '지구만큼 슬펐어요' 하는데, 그 최상급의 비유 앞에서 그만 울컥해버렸죠." 신씨는 이를 시 '슬픔의 자전'으로 옮겼다.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 차 있다/…/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시상의 많은 부분을 타인의 눈물에서 빌려왔으나, 그라고 개인적 슬픔이 없을 리 없다. 병으로 죽은 대학원 친구 동식이('공회전'), 아파트 창문 방충망 사이로 떨어져 세상을 뜬 애완묘 마리('손톱이 자란다')를 생각하며 시를 썼다. "평소 거의 울지 않는다"던 경상도 남자는 이 대목에서 조금 울먹였다. "황망한 죽음을 보면서 '이 세계는 슬픔을 위해 존재하는가' 의심하게 됐어요." 이어 생각했다. "그럼에도 인간은 남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최근 문단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쇼코의 미소'의 소설가 최은영(33)씨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다. 7년 연애 끝에 결혼한 아내. "가끔 시를 봐주기도 한다"며 "실질적인 가장(家長)"이라고 치켜세운다. 아내가 먼저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생계는 트이지 않지만, 뚜렷한 직업은 없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시마다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을 넣고 싶어요. 제 시가 슬픔의 밑바닥에 앉아있는 분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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