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블랙리스트 들어가 피해 입었다"

  • 뉴시스

    입력 : 2017.08.09 09:19

    소설가 김홍신
    ■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간 기념 간담회
    "인간의 영원한 숙제 '사랑' 이야기 써보고 싶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사랑의 본질에 관해서 정답이나 해답을 내리기가 너무 어렵다. 괴로울 때 명상수련, 마음공부를 여러 번 해봤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 속에 크게 남는 게 '사랑'이라는 낱말이었다."

    소설가 김홍신(70)씨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숙제로 남을 것 같아 사랑 이야기를 써봤다"며 "사회를 조명하고 역사를 규명하는 등의 소설도 준비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사랑 이야기 몇 편을 더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역사적·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들을 다수 집필했던 작가는 근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전작 '단 한 번의 사랑'(2015)에서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을 다시 만나 자신의 모든 걸 바쳐 그 사랑을 완성시키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마음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의 사랑으로 곁을 지키는 또 다른 성숙한 연인의 모습을 소설화했다."소설을 쓰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면 장면에서 느닷없이 눈물을 쏟아졌다. 소설 1편은 남자의 고백록이고, 2편은 여성의 고백록이다. 1편은 내가 남자니까 심리적 묘사를 하겠는데, 여성 편은 감당이 안됐다. 상당히 고민하면서 '여성의 심리는 이럴 것이다'고 상상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여성의 심리 구조가 섬세하고 정교하고 상당히 다양성을 지닌 것을 발견했다."

    신작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사랑의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여인과 가톨릭 신부가 되려던 삶의 진로를 그 여인으로 인해 바꾼 남자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다. 소설은 두 주인공을 1인칭 시점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시키면서 이들의 감정 변화를 면밀히 따라간다. 성당에서 복사로 섬기며 신학대학을 꿈꾸던 학생이 7살 연상의 성가대 반주자를 만나 서로를 세례명인 '리노'와 '모니카'로 부르며 세속으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려나가는 지고지순한 여정은 진실한 사랑의 가능성과 가치를 보여준다. 352쪽, 해냄출판사, 1만4000원.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자 해독제가 없는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 소설은 나의 옛 추억을 일부를 꺼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내 세례명이 주인공처럼 '리노'고, 실제 사제가 되려고 했었다. 실감나게 쓰려면 내 이름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자전 소설 혹은 성장 소설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앞부분에는 내 이야기가 많지만, 뒷 이야기는 완전히 상상력으로 소설을 전개했다."
    국내 첫 밀리언셀러로 통하는 소설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그는 1996∼2003년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의원 시절 혜택을 누리지 않고 글쟁이로 돌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했다"는 김씨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서 여러 가지 피해를 봤다. 글 쓴다는 것이 죄를 지은 것이 아님에도 이런 세상에서 글을 써야만, 글을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내 자신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일도 언급했다. 김씨는 "어느날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녁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왔다"며 "'바쁜 사람이 나와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겠나' 싶어서 내가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저를 믿어주십시오. 제가 블랙리스트는 절대 안 만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 전화를 끊는 순간 내가 불랙리스트 명단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아니다다를까 그 뒤에 내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들어갔다고 신문에 났다"고 회상했다.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이유가 너무 황당했다. 전작 '단 한 번의 사랑'에서 친일파 명단을 실명으로 밝혔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배고픔에 시달리고 친일파들은 모두 배가 부르고 고위직에 가고 넉넉하게 산다'는 이야기도 들어갔다. 이거때문에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고 박영수 특검을 통해 들었다. 우리 시대가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왔구나 싶었다. 그 시대를 매섭게 비판하거나 바른 정신을 갖고 살면 블랙리스트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영광이다."
    김씨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글을 책상 앞에 써 붙였다"며 "바람은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이 걸려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글만 쓰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죽을 때까지 글을 쓰라는 것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라는 하늘의 명령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글을 쓸 것 같습니다. 만년필을 손에 들고있다가 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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