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홍석영 "삶은 예습복습이 허용 안돼"···단편 전집 출간

  • 뉴시스

    입력 : 2017.08.10 09:19

    홍석영 단편소설 전집 출간
    소설가 홍석영씨가 평생동안 쓴 49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홍석영 단편전집'이 출간됐다.

    홍씨는 평생 동안 고향 전북을 지키며 소설을 써온 작가다. 소설가 하근찬·시인 신동엽 등과 함께 문학을 공부했으며, 오랫동안 원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있으면서 최기인·윤흥길·박범신·양귀자 등 한국 문단의 굵직한 작가들을 길러냈다.

    거의 60년에 이르는 '홍석영 문학'은 한국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거치면서 지금에 도달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 들이닥치는 피할 수 없는 불행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끝까지 주목하고, 그 이야기를 일상의 서사로 풀어내면서 홍석영 문학만의 독특함을 견지했다.

    '홍석영 단편전집'은 원광대학교 출신 소설가 모임인 '원광소설가족'이 스승의 미수(米壽·88세)를 기리기 위해 펴낸 책이다. '원광소설가족'은 3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할 만큼 스승과 제자들의 사이가 돈독하다. 매년 두 차례씩 스승과 제자가 동행해 만남을 지속해왔다.소설가 양귀자씨는 홍석영 작가에 대해 "선생님의 자전소설 '흔적'에는 당신을 두들기고 간 비바람들 몇 개가 간략하게 등장한다"며 "절대 길고 세세하지 않다. 선생님은 원래 그러했다. 당신에게 닥친 불행이나 괴로움에 대해 선생님이 펼쳐놓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개인의 고통은 누설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마도 선생님의 원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유산으로 남겨준 건 외로움이 전부였다, 라는 소설의 한 문장 정도가 선생님의 원칙이 허락할 수 있는 경계선이었다. 선생님은 당신의 생애를 짐짓, 혹은 더욱 유쾌하게 회고하셨다. 들어 유쾌할 수 없는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당신의 모든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는 것을 못 견디는 분이다. 지금도 그러하고 예전에도 그러하셨다."

    평론가 오하근씨가 분석한 홍석영 문학은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어쩌면 운명론자가 되어 이 창작집의 거의 모든 이야기를 엮어간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단추가 틀어진다'거나, '인간지사 새옹지마'인 것을 꼭 추구해본들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다. 모든 사건이나 인생은 하찮은 전화 한 통의 울림이거나 반대로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돌림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이 속에서 악착같이 내부 깊숙이 파고들어 사실을 추구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타난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숙명론자가 될 수밖에 없는 '나'는 주장하는 것이다."

    홍석영 작가는 "내 나이 어느덧 미수에 이르렀다"며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무심히 주고받는 그 말이 절대 반박할 수 없는 진실임을 그저 실감할 수 밖에 없다. 어쩌다 내가 이 나이에 이르렀는가. 그 긴 세월에 남겨진 정신적 유산이 얼마나 될까. 이를 되새겨볼 적에 항용 깊은 회환과 아쉬움이 가슴에 후벼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부질없는 짓, 삶은 어차피 일회적인 것이어서 당초에 예습이나 복습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말이 있듯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애쓸 뿐이다." 796쪽, 모악,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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