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캉스] 고래와 쇼코의 미소로 '잠'을 잊는다

    입력 : 2017.08.10 15:38

    '여름 휴가 최고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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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중앙도서관의 별명은 ‘책의 신전’이다. 층층으로 나뉜 순백의 건물에서 책과 사람이 빛을 발한다. 도서관을 건축한 재독 건축가 이은영씨는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은 지식 큐레이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도서관 내부를 담은 이 사진 제목은 ‘독서의 층위(levels of reading)’. 이달 초 발표한 2017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여행 사진 도시 부문 1등 수상작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조선일보·예스24, 1만722명 설문조사
    북캉스의 리스트

    이번 호는 여름휴가 특집 2탄. 7월의 유발 하라리,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전문가의 추천 리스트에 이어 8월의 특집은 일반 독자의 리스트다. 설문 대상은 인터넷 서점 예스 24의 마니아 회원. 최근 3개월 동안 10만원 이상 책을 실제로 구매한, 책 많이 읽기로 이름난 애서가들이다. 책 바캉스, 북캉스를 위한 세가지 주관식 질문을 던졌다. ①여름휴가 때 읽은 최고의 소설 ②내 인생 최고의 만화 ③18세가 되는 당신 자녀·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모두 1만722명이 답변했고, 각각 1757종, 940종, 1882종의 리스트가 모였다. 각 부문 1위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슬램덩크 ’ ‘데미안’. 각 부문 톱10, 이와 별도로 조선일보 문학·출판팀이 추천하는 톱10 리스트를 함께 싣는다.

    의도적 설계도 아니었는데, 한국 소설과 번역 소설의 정확한 양분이었다.

    정유정에게 지금의 명성을 가져다준 출세작 '7년의 밤'(2위), 출간 9개월 만에 무려 22만부가 팔린 올해의 화제작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3위), 광복부터 6·25까지를 다룬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7위·전 10권), 특별히 수식어가 필요 없을 박경리의 '토지'(8위·전 20권), 마지막으로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끈 김영하의 신작 소설집 '오직 두 사람'(9위)이 한국 소설 다섯 권 리스트다. 검증받은 고전과 최근 인기작이 골고루 포함됐다.

    외국 소설은 1위를 차지한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에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4위), 프랑스 이상으로 한국에서 사랑받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잠', 청년들의 고전이 된 조앤 롤링의 판타지 '해리포터'(6위), 마지막으로 '베르베르 열풍'의 진앙이 됐던 '개미'(10위·전 5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톱10 안에 두 종을 올리는 유일한 작가가 됐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리스트가 지루할 독자를 위해, 조선일보 문학·출판팀이 선정한 리스트 10권을 추가로 제안한다. '예스24 마니아 회원'이 답변한 이 부문 책 총 1757종 중에서, 담당 기자 복수의 추천을 받은 '조선일보 Books의 추천 리스트'다. 별도 순위 없이 가나다순.

    우선 천명관의 대표작 '고래'.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꾼의 입담이 무엇인지를 존재 증명하는 장편이다. 아직 이 작가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최은영의 단편집 '쇼코의 미소'를 추천한다. 비록 곤경에 빠졌지만,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청춘들. 따뜻하고 여운 긴 단편들이다.

    번역 소설은 모두 7권이 추천됐다. 여름이면 꼭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이름을 올렸고, 이 작품을 원작으로 이번 주 영화가 개봉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등이 꼽혔다.

    아고타 크리스토프(1935~2011)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낯설 독자를 위해, 조금 더 부연한다. 1956년 헝가리 혁명 후에 조국을 떠난 작가는 새로 배운 프랑스어로 소설을 썼다. 이 작가의 신비는 여기서 출발한다. 최소한의 문장만 사용하는데, 가장 강렬한 감정을 창조하는. 작가의 비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훅, 하고 들어온다. 줄임으로써 늘리는 데 성공한 예외적 작가다. 쌍둥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전쟁과 파괴, 사랑과 고독, 진실과 허구를 다룬다. 열대야를 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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