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왕·해적왕·음식왕… "만화王 납시오"

    입력 : 2017.08.10 15:29

    '내 인생의 만화'

    만화는 현실에 거울을 비춰 비현실의 천변만화를 보여주는 만화경(萬華鏡)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이 선정한 10편의 만화는 하나의 초점을 거부하는 실로 다채로운 색채무늬를 발산하고 있다.

    농구라는 구기 종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슬램덩크'가 압도적 선두, 해적왕을 꿈꾸는 괴짜들이 연일 일본 내 최다 판매 부수 기록을 경신 중인 연재 20주년 '원피스', 손오공을 중국이 아닌 일본산(産)으로 확실히 각인시킨 초능력 격투만화의 전설 '드래곤볼'까지 명성이 자자한 일본만화 작품이 톱3를 싹쓸이했다. '망가'의 힘은 강력한 것이어서 '명탐정 코난'(6위)과 '몬스터'(9위) 등을 합치면 6편이 일본 만화였다.

    국산 만화는 고참들이 자존심을 지켰다. 웹툰에도 인생의 깊이가 가능함을 증명한 윤태호의 '미생'(6위), 미식 열풍을 타고 식도락가의 필독서가 된 허영만의 '식객'(7위), 고인이 된 고우영 화백이 1978년부터 신문에 2년간 연재했던 '고우영 삼국지'(10위)가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한·일 순정만화가 나란히 4·5위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만화 주제곡으로도 친숙한 '캔디 캔디'와 신화적 세계관을 고집하는 신일숙의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그 주인공. 설문에 참여한 1만722명 중 여성 응답자가 72%였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00% 남성으로 구성된 조선일보 문학·출판팀의 취향은 액션 판타지를 향했다. 특히 외계 기생 생물이 지구인의 뇌에 들어가 육체를 조종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기생수'나 광기의 전쟁터를 누비는 전사의 투쟁기 '베르세르크', 식인 거인과의 대결을 그린 '진격의 거인'은 그림체만으로 압도적인 흡인력을 과시하는 작품. 모두 19세 미만 구독 불가지만, 만화는 애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저 잔혹하기만 했다면 명작의 칭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일본 만화의 강세는 지속됐다. 자신이 살려낸 환자가 살인마였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그 살인마를 죽이기 위해 떠나는 의사 '몬스터'(독자 투표)와 어릴 적 친구끼리 나눈 장난스러운 음모가 30여 년 뒤 전 지구적 재앙으로 현실화되는 '20세기 소년'(기자 투표)이 모두 리스트에 올라, 원작자 우라사와 나오키(57)는 독자와 기자의 지지를 얻은 유일한 작가로 꼽혔다. 불사의 몸을 위한 꼬마 철이의 우주여행기 '은하철도999'와 순수한 소년의 피아니스트 성장기 '피아노의 숲', 청춘 야구 만화의 교본 '터치'는 만화의 내핵에 자리한 '꿈'의 메타포를 최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0년대를 따뜻하게 회상하는 '검정 고무신'과 귀신을 부리는 암행어사의 활극 '신암행어사'도 한국 만화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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