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은 하루키 실속은 게이고

    입력 : 2017.08.10 15:44

    여름 휴가 최고의 소설 1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 456쪽|1만4800원

    이 책을 처음 읽었던 5년 전 여름이 떠오른다. 에어컨이 고장난 열대야였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59)는 편애하던 작가도 아니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그의 추리나 미스터리가 이 분야 으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한 그 밤의 독서는 밤샘 질주였다. 단어 낭비가 없고, 필요한 근육만 사용하는 이야기의 힘이 그 안에 있었다. 폐가(廢家)로 버려진 나미야 잡화점이 알고 보니 시간여행과 인생 상담의 비밀 기지였다는 게 이 작품의 핵심 설정. 상투적이고 허황된 판타지로 끝났을지 모를 자칭 기적(奇跡)에게, 생동 넘치는 경적 소리(汽笛)를 불어넣은 장치가 있다.

    주인공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는, 흠결 가득한 하자(瑕疵) 인생들이었다는 점이다.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고, 빽도 없는. 편의점 알바나 카센터 수리공을 전전하는, 결점 투성이 세 청년. 삶의 벼랑에 몰려 빈집을 턴 뒤 숨어든 폐가가 나미야 잡화점이었다.

    그런데, 이 잡화점, 이상하다. 셔터 앞 종이 상자에 40년 전 고민 상담 편지가 배달된 것. 과거에서 온 편지는 일회성도 아니었다. 세 청년은 이제 나름대로 답변을 쓰기 시작한다. 서투르고 미숙하지만, 진심과 최선을 다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출간 5년 만에 국내에서만 70여만 부가 판매됐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교보문고 자료 중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올해 초 집계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이 하루키의 '1Q84'가 아니라, 게이고의 '나미야…'였다는 것. 게다가 많이 팔린 일본 소설 30위 안에 하루키는 4편, 히가시노 게이고는 모두 8편을 올렸다. 명성은 하루키였지만, 실속은 게이고였던 셈이다.

    그가 얼마나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일본 측 에피소드가 있다. 전성기 시절 납세액이 하루 100만엔이었다는 것. 1년이면 거의 3억6500만엔. 원화가 아니라 엔화다. 물론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할리우드 장르물을 폄하하는 시각이 있다. 예술이 아니라 공식에 꿰맞춘 대중문화 상품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는 사실이 있다. 그 뻔하다는 공식으로 대중을 웃기고 울리려면 어느만큼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기적의 주체는 나미야 잡화점이 아니라, 작가 자신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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