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집필, 천둥으로 살아나는 피아노 선율

    입력 : 2017.08.10 16:37

    꿀벌과 천둥
    꿀벌과 천둥 | 온다 리쿠 지음|김선영 옮김|현대문학 | 700쪽|1만7800원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오디션장. 하품의 연속 끝에 열여섯 살의 후줄근한 소년이 들어선다. 건반을 건드리자마자 극도로 각성하는 실내 공기. 심사위원은 전원 흥분과 혼란에 사로잡힌다. 양봉가의 아들 가자마 진.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천재 피아노 소년의 국제 콩쿠르 도전기. 음악 애호가로 유명한 저자가 2003년 일본에서 열린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당시 18세의 나이로 공동 우승한 라파우 블레하츠(폴란드)의 얘기를 접하고 구상한 소설이다. 취재 11년, 집필 7년. 올해 일본에서 흥행 가능성을 보증하는 '서점대상' 1위와 '나오키상'을 동시에 획득하는 첫 기록을 세웠다. 소설은 일본에서만 60만 부 발행을 돌파했다.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모든 수단과 표현을 동원해 그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한다"고 극찬했듯, 선율의 활자화는 이 소설의 묘미. 협주곡 '프로코피예프 3번'을 묘사하면서 "실로 '스타워즈'의 세계다. 은하 저편으로 사라지는 줄거리 자막. 차례로 우주로 날아오르는 대함대"라고 쓰는 식이다. 소믈리에가 와인을 마신 뒤 과장된 표정과 함께 터뜨리는 장광설 같아 우습다가도, 어느덧 그 표현의 향찬에 취기가 오르게 된다.

    클래식에 별 조예가 없는데도 700쪽이 훌훌 넘어가는 건, 콩쿠르를 무대로 펼쳐지는 스포츠 같은 경쟁의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3차 예선까지 뚫고 본선에 진출한 소년. "가자마 진은 마치 불도저로 눈을 쓸어내듯 엄청난 음압으로 피아노 건반 위를 치달았다." 그리고 꿀벌은 천둥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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