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노래 위한 故 정미경의 송별가

    입력 : 2017.08.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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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는 입을 다무네

    정미경 장편소설|민음사|336쪽|1만3000원

    "좋은 생(生)은 나쁜 노래를 만들어. 나쁜 생은 좋은 노래를 만들고. 그 둘을 다 겪은 사람만이 위대한 노래를 만들 수 있지."이제는 한물간 주인공 가수 율의 대사처럼 이 소설은 노래,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노래다. 이 노래를 끝으로 저자는 입을 다물었는데, 저자의 마지막 유작(遺作)이기 때문이다.

    "쉼 없이 발열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야. 더 태울 게 없으면 자신을 태우게 되니까." 유명 밴드의 리더였지만, 여전히 음악을 갈구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깊은 침체에 빠진 율. 그리고 수업 과제로 제출하기 위해 율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는 이경이 있다. 위악적인 율은 다루기 힘든 피사체이고, 이경의 시작은 진지하지 않았으나 촬영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내면은 울렁인다.

    노래는 감정의 기록, 다큐멘터리는 사실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소설은 자연히 '진짜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닿으려 한다. 인생은 언제나 어려운 것이고, 마지막 공연 후 몇몇의 혹평과 자기혐오가 율을 덮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율의 생전 영상을 돌려보며 이경은 생각한다. "…진짜 삶은 잘려나간 부분, 아웃테이크 속에 있다고."

    극적인 줄거리나 허를 찌르는 표현이 돌출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율을 작가 정미경으로 치환하면 예술가들이 지닌 영광과 상처를 날것 그대로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문학평론가 김미현의 평처럼, 글은 저자의 치열한 예술적 고뇌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저자는 말기암을 진단받은 지 한 달 만인 지난 1월 18일 눈을 감았다. 그러나 가수가 입을 다물어도 노래는 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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