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마광수, 적군과 아군 그리고 자유

  • 뉴시스

    입력 : 2017.09.07 09:39

    소설가 마광수의 영정
    생전의 마광수가 토로했다. “내가 ‘즐거운 사라’가 야하다고 잡혀갈 때 ‘마광수 때문에 에이즈가 늘어난다. 잘 잡아갔다’고 떠들어대던 어느 서울대학 교수는 전두환 때도 노태우 때도 김영삼 때도 김대중 때도 노무현 때도 언제나 여러 관변단체 장을 지내며 출세했다. 그는 지금 서울의 대학 총장까지 하고 있다. 그놈을 때려죽이고 싶다. 도덕을 팔아먹고 사는 놈들은 다 때려죽이고 싶다.”

    마광수를 욕한 이는 이 ‘총장’말고도 많다.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의 외설 파문에 휘말려 연세대를 벗어났다가 1998년 5월 부교수로 복직한 마광수는 2000년 또 다시 모교에서 짐을 쌌다. 국어국문학과가 속한 문과대 인사위원회가 “학문적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부적격 재임용 대상으로 판정한 탓이다.

    사반세기 전 10월29일 아침, 당시 연세대 교수 마광수는 서울 이촌1동 자택에서 검찰 조사관들에게 연행당했다. 혐의는 ‘음란물 제조’다. 문제의 음란물이 ‘즐거운 사라’다. 3년 후 대법원은 “이유 없다”며 마광수의 상고를 기각했다. 1992년 마광수와 출판사 사장까지 기소한 서울지검 특수2부 검사는 21년 뒤 검찰총장이 됐다.어느 스타소설가는 “읽고 난 뒤 내가 먼저 느껴야 했던 것은 구역질이었고, 내뱉고 싶던 것은 욕지기였다. 나는 솔직히 이제 어떤 식이든 그런 불량상품이 문화와 지성으로 과대포장돼 문학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즐거운 사라’를 재단했다.

    마광수를 두둔한 이들도 더러 있다.

    검사 출신으로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는 “지나친 성의 묘사는 퇴폐적이며, 퇴폐적인 것은 곧 음란범죄라고 보는 등식은 지나친 편견이다. 같은 성묘사라도 그것이 문학·예술로 인정되면 괜찮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곧 음란죄가 된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도 문제다. 하물며 작가에 대한 전격 구속을 무슨 사회정화를 위한 단안이라도 되는 듯이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문학작품은 도덕이나 윤리에 얽매이는 권선징악의 교과서가 아닐진대, 그 속에 변태적 성행위 등을 포함한 자유로운 성행위의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역시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고 보면 함부로 이를 형법상의 음란문서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다는 아니겠지만, 마광수를 향한 연세대생들의 치사랑은 대단했다. ‘마광수는 옳다’라는 백서까지 낸 청년들이었다. “그는 이데올로기 구조를 해체시켜 진정 자유로운 인간을 꿈꾸는 휴머니스트다. 그래서 마 교수의 글에는 이데올로기와 그것을 생산해내는 위선적 지식인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매스미디어는 마 교수가 성전문가인양 선전하고 있고 그의 책 한권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를 변태라고 말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학문적 능력이 없어 글을 쉽게 쓰는 지에 대해서는 그가 20대에 쓴 ‘마광수 문학론집’을 읽어보라. 그때 이미 경지에 올랐던 현학적 글쓰기를 이제 와 포기한 이유에 관해 숙고하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마광수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고 공언했었다. 그렇다고 ‘여성의 상품화’ 운운한다면, 잘못 짚은 것일 수도 있다. 마광수는 “겉만 야하면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잠재된 여자다. 결혼에 목을 맨다. 지적 허영심을 만족코자 권력지향형 사디스트처럼 되기도 한다. 속만 야하면 우왕좌왕하기 쉽다. 겉과 속이 다 야해야 천진난만하고 착하다. 본능에 솔직하므로 언제나 화통하고 시원해 절대 내숭을 떨지 않는다.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설명했었다. ‘야하다’의 어원을 ‘들 야(野)’자에서 찾은 마광수다웠다.

    마광수에게 ‘자유’는 지상가치였다. “우리들은 죽어가고 있는가, 우리들은 살아나고 있는가. 우리들의 목숨은 자라나는 돌덩이인가, 꺼져가는 꿈인가. 현실의 삶은 죽어가는 빛인가, 현실의 죽음은 뻗어가는 빛인가”(마광수 ‘자유에’)

    백면서생에게 학교는 든든한 울타리였다. 이불 밖은 위험했다. 천하의 마광수가 떠났다.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