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레터] 보스턴 名연설

    입력 : 2017.09.07 16:17

    어수웅·Books팀장
    "월요일 아침, 보스턴에는 해가 떠올랐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출장을 왔습니다. 비행기에서 읽은 책은 '대통령의 연설'(최현진 옮김·스리체어스刊). 최고의 연설가로 이름 높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명연설 9편이 실려 있죠. 이 문장은 제일 처음 실린 '보스턴 폭탄 테러 희생자 추모 예배 연설'의 첫 구절. 2013년 보스턴 국제마라톤의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이었습니다.

    대통령의 글과 말을 다루는 스피치라이터(speechwriter)의 세계를 몇 번 쓴 적이 있습니다.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오바마 대통령 취임 연설문을 썼던 존 파브로, 파브로의 후임으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연봉(약 1억8000만원)을 받아 화제가 됐던 코디 키넌….

    이 책의 9편은 오바마의 연설보좌관들이 자체 투표로 골랐답니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어젠다였던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 상·하원 합동 연설(존 파브로 담당), 50년 전 흑인 참정권을 외치며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했던 이들을 기리는 기념 연설(코디 키넌 담당) 등이 포함되어 있죠.

    굵직굵직한 역사의 거대 담론을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시 한 번 깨닫는 교훈이 있습니다. 연설의 성패는 계몽이 아니라 공감에 달려 있다는 것.

    다시 보스턴 테러 희생자 추모 연설로 돌아갑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바마는 보스턴의 하버드 법대 출신. 연설문 안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여러분처럼 아내와 저도 이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 동네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슬픔의 순간에 외치고 싶습니다. '보스턴, 너는 나의 고향이다.' 지난 월요일에 일어난 사건은 수백만 미국 국민들에게 그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똑같이 무너져 내린 사건입니다."

    내가 아닌 남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의 언어로도 어려운 일인데, 공허한 계몽의 언어로 유권자를 힘들게 하는 연설들을 자주 봅니다. 보스턴 연설은 테런스 주플레 선임 연설보좌관이 썼습니다. 평소 연락 한번 없던 보스턴의 무뚝뚝한 삼촌이 전화를 걸어왔다는군요. 유난히 억센 이 지역 억양으로 단 한 마디 했답니다. "연설,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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