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꼭 완역으로 읽어야 하나요?"

    입력 : 2017.09.08 02:12

    세계 명작 고전소설 축역본 낸 진형준 前 홍익대 불문과 교수
    '원본 훼손' '불완전한 독서' 논란도

    최근 세계 문학 축역본 시리즈를 낸 진형준 전 홍익대 교수는 “요약한 게 아니라 안 읽어도 될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문학 축역본 시리즈를 낸 진형준 전 홍익대 교수는 “요약한 게 아니라 안 읽어도 될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책깨나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못 읽겠더라. 너무 길고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고전(古典)을 강권할 수 있나. 괜히 독자에게 죄의식을 주는 건 아닌가."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문학평론가 진형준(65) 전 홍익대 불문과 교수가 세계 명작 고전소설 축역본(縮譯本)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을 내놨다. "아무리 좋은 약도 안 먹으면 효과 없다"며 문학과 거리가 먼 비전공자와 청소년 을 위해 원본을 시집 두께로 줄인 것이다. 2007년부터 번역에 착수했고 '일리아스' '가르강튀아' 등 고대와 중세 작품부터 '레미제라블'에 이르기까지 100편의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짧은 분량의 초단편소설이나 압축적 지식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살림출판사 측은 "야구마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룰을 뜯어고치고 있는 시대에 고전 읽기에 몇 달을 바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했다. 축사를 맡은 채수환(63) 홍익대 영문과 교수는 "대학교수들도 고전을 다 안 읽는데 일반 독자야 오죽하겠나. 일단 읽히게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번 책은 '직역이냐 의역이냐'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번역가 김석희(65)씨는 최근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채식주의자' 의역 논란을 화제로 올렸다. "우리는 너무 텍스트를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사대주의 근성이다.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이 맨부커상을 받은 건 텍스트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일부 번역에 진씨의 '창작'이 가미됐다는 점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한 번역가 겸 문학평론가는 "원본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독자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가. 책을 읽었다는 환상만 주고 실제로는 읽지 않은 것과 매한가지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씨는 "축역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완역의 무용론이 아닌 둘 사이 징검다리를 놓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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