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인터뷰 요청은 처음이네요"

    입력 : 2017.09.08 03:42

    [美 유명 소설가 폴 오스터, 핀란드 대통령과 만나]

    헬싱키 아카데미아 서점서 인터뷰… 니니스퇴 대통령 "난 오스터의 팬"
    대본 없이 新作·정치 이념 등 질문… 오스터 "트럼프는 책 너무 안 읽어"

    "지금껏 많은 인터뷰에 응했지만, 대통령의 인터뷰 요청은 처음입니다. 신납니다."

    지난 2일 핀란드 헬싱키 시내 아카데미아 서점. 독서가로 유명한 사울리 니니스퇴(Sauli Niinisto·69) 핀란드 대통령이 미국 작가 폴 오스터(Paul Auster·70)를 인터뷰했다. 서점은 토요일 오후 나들이 나온 헬싱키 시민 5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영어로 오스터에게 질문을 던졌고, 인터뷰는 핀란드 방송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당신(오스터)의 소설을 읽느라 내 젊은 시절을 뺏겼다"며 운을 뗐다. 인터뷰는 폴 오스터의 신작 베스트셀러 '4321' 이야기로 시작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이 "소설('4321')의 주인공 퍼거슨이 당신과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본인의 삶이 얼마나 투영돼 있나"라고 묻자 오스터는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다"고 했다.

    미국 작가 폴 오스터(왼쪽)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헬싱키 시내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스터의 팬이라는 니니스퇴 대통령은 대본 없이 영어로 질문했다.
    미국 작가 폴 오스터(왼쪽)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헬싱키 시내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스터의 팬이라는 니니스퇴 대통령은 대본 없이 영어로 질문했다. /아카데미아 서점
    소설 '4321'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베트남전쟁 등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한 가족의 역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오스터는 "내가 자란 동네에서 나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난 퍼거슨이 나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나의 사적인 경험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겪은 공통의 경험을 소설에 담았다"고 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이어 "소설 주인공이 어렸을 때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읽는데, 당신의 이전 작품 '유리의 도시'에서도 포의 작품을 언급한 기억이 난다"며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스터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설가들이 자기 작품에 나오는 모든 책과 영화를 보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이 "미국 작가 중 필립 로스도 좋아한다"고 하자 오스터는 "나와 필립 로스는 뉴저지주(州) 뉴어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열다섯 살 많은 로스는 18세 때 동네에서 핫도그를 팔았다고 한다. 어렸을 때 아빠 손잡고 핫도그를 사 먹었는데, 로스와 만날 때마다 '당신이 내 손에 핫도그를 쥐여줬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소개했다.

    인터뷰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니니스퇴 대통령이 "많은 젊은이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있는데,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오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신화(myth)에 불과하다"고 했다. 오스터는 "미국에서는 아무도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출발선부터 뒤처진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오스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다"며 '넘버 45'라고 칭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오스터는 "넘버 45는 엄청난 거짓말을 해대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장관 괴벨스 같다"고 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나는 넘버 12(핀란드 12대 대통령)"라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오스터는 "오바마, 클린턴 같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열정적인 독서가였는데, 넘버 45는 책도 신문도 보지 않는 것 같다"며 "핀란드에는 문학과 독서를 사랑하는 대통령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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