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딸 키우며 더 나은 세상 책무감 생겨"

  • 뉴시스

    입력 : 2017.09.08 09:51

    소설가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30만부 판매 돌풍
    '맘충' 단어에 충격 소설 집필 계기
    소설 한 권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여성들은 연대하고 남성들도 공감했다. 특히 남성 정치인들 덕분에 '82년생 김지영'은 2017년 오롯이 되살아났다. 지난 3월 초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책을 선물하고, 이어 5월19일 노회찬 의원(정의당 원내대표)이 청와대 초청 여야 원내대표 오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한테 선물해 다시 화제가 됐다.

    '정치인들의 선물'로 입소문을 탄 82년생 김지영은 출판시장을 역주행하며 30만부를 찍는 돌풍을 일으켰다.

    소녀에서 '맘충'까지 된 21세기 현대 여성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 이 책은 '조남주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소설가 조남주(39)는 82년생이 아닌 1978년생이다. 소설속 김지영처럼 그도 꿈많은 소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 엄마가 됐다.

    "저도 딸이 있습니다. 아직 9살인 딸에게 제가 항상 하는 말은 '운동하라'는 것과 '착한 여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고서, 생각이 달라졌다"는 그는 "딸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책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소설가가 됐지만 여전히 일상은 빡빡하다. "주변에 잠깐이라도 딸을 맡아줄 가족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딸을 아빠한테 맡기고 나와야 할때 카레밥이나 짜장밥을 한 솥 가득 끓인다. 그러면 '엄마 어디 나가냐'고 딸이 묻는다."

    조씨는 책의 인기에 대해 "여성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들이었다"며 독자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조남주는세 번째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김지영'이라는 이름은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보편적으로 그리기 위한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아 중 가장 많이 등록된 이름이 '지영'이다.

    책은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김지영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여성이 겪고 있는 일상적 차별과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그렸다.

    "처음에 책으로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이 글을 썼다"는 그녀는 결말을 놓고 상당한 고민을 했다.

    "현실적인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이미 소설은 끝났지만, 그냥 문 닫고 혼자 나온 것 같은 죄책감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결코 쉽게 씌여진 글이 아니지만 쉽게 읽힌다. 그 비결은 방송 작가 내공과 맞닿아 있는 듯 싶다. 실제로 조 작가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MBC 'PD수첩'·'불만제로'·'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조남주 작가는 "육아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폭력적인 시선에 충격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맘충'('엄마'(mom)와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이라는 용어를 인터넷 기사에서 처음 봤다"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애엄마들이 개념 없다'는 게 많았다. "맘충이라는 말때문에 집필 계기가 됐다"는 것.

    "'맘충'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엄마들만 해당된다고들 하는데, 이 용어가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는 행동에 제약을 받잖아요. 사람을 '사람' 또는 '벌레'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아이 엄마에 대한 비하나 멸시의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일부 이야기야' '이런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야' 등의 전제부터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165쪽)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김지영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132쪽)

    여성의 삶은 물론이고, 가정 주부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간 소설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의 가사노동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전업주부도 한 명의 노동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녀는 "사실 주부의 일이라는 게 집 안을 치우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보니까 '가족을 사랑해서 하는 일'로 많이 포장되고 있다. 집에서 쉬면서 노는 일, 임금으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으로 인식하기 쉽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삶의 질이 어떤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혼 여성의 한 60% 정도가 경제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 경제활동 안에는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도 포함되니까 자신을 '전업주부'라고 생각하는 기혼 여성들은 50% 가까이가 될 것 같습니다. 결혼했다고 해서 한 성별의 절반이 하나의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선택에는 분명히 보이지 않는 압박, 어려서부터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면이 있을테죠."

    소설은 페미니즘 이슈와 맞물리면서 더욱 각광받았다. 차기작은 무슨 내용일까.

    "지금은 가상의 도시'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이를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여성 캐릭터에 페미니즘 성향을 어떻게 넣을지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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