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공동체의 代筆者"

    입력 : 2017.09.11 00:32

    '연어' 100만부 돌파한 안도현
    "佛 '시인들의 봄' 같은 詩 축제 우리나라에도 만들었으면"

    안도현(56·우석대 교수) 시인이 쓴 청소년 소설 '연어'가 출간 19년 만에 최근 100만부를 돌파했다. 1996년 3월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출간된 '연어'는 지금껏 139쇄를 기록했고, 영국을 비롯해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연어'는 '은빛연어'라는 어린 연어가 동료와 더불어 고난을 겪으며 고향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개인의 성장을 강조한다.

    안도현 시인은“짧은 시만 쓰다가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의 책을 쓴 것은‘연어’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안도현 시인은“짧은 시만 쓰다가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의 책을 쓴 것은‘연어’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태경 기자
    안도현 시인은 '연어' 100만부를 맞아 영어 번역본도 곁들인 특별 한정판 1만부를 냈다. 영역본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긴 데버러 스미스가 2015년 영국에서 출간한 것. '연어' 터키어 번역본은 올해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았다. 지난주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 축하차 전주에서 서울에 올라온 안 시인을 만났다.

    "내 성장기를 되돌아보면 청소년 때 읽을 한국 문학이 드물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중학생 때 처음 보곤 스무 번도 넘게 읽었다. 이런 독서 풍토에서 '연어'가 고맙게도 청소년 필독서로 추천돼 주로 방학 때 많이 읽혔다."

    청소년 독자를 염두에 둔 책이다 보니 출판사가 처음부터 책값을 싸게 매겼다고 한다. 초판 4500원부터 시작해 조금씩 올렸다가 현재 8000원이다. 안 시인은 "밀리언셀러라고 하지만 남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인세 수익이 적다"며 "20년간 다 합쳐 5억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는 "서른너댓 살에 '연어'를 쓸 땐 그전까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내가 직접 물속에서 연어를 관찰할 수 없으니까 수족관에 피라미를 풀어 넣곤 연어라고 상상하면서 연어의 동작을 연구했더니 연어가 보인 듯했다"고 말했다.

    안 시인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대선이 끝난 뒤 그는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난 6월 발행된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모처럼 신작 시를 발표했다. "지난 4년 동안 정말로 시를 단 한 편도 안 썼더니 편했다"며 미발표 원고도 없다는 것.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대통령 취임 이후 통화 한 번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시인은 좋은 시만 써야지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시인은 제 감정과 생각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공동체의 대필자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통령을 만났을 때 건의할 문화 정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평소 생각한 문화 정책 같은 것은 없고, 도종환 시인이 문체부 장관이 됐지 않으냐"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시인이니까 시를 중심으로 한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3일 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언급했다. 시인 고은·김용택, 소설가 황석영·정도상 등 문인을 비롯해 인문학자들이 참여한 출판 진흥 축제였다.

    그는 "출판문화 전체를 다룬 이런 행사에 들어간 예산이 5억원인데 그 정도 비용으로 오롯이 시만 갖고 운영되는 축제가 우리 문학엔 없지 않으냐"며 "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시인들의 봄' 축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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