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은 일본, 정신은 영국… 인간의 망각을 캐묻다

    입력 : 2017.10.08 03:01

    가즈오 이시구로의 삶과 문학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즈오 이시구로(63)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해 1982년부터 영어로 쓴 소설을 발표해왔다. 초등학생 때 동네 도서관에서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고 문학에 눈을 떴다고 한다. 켄트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2015년에 발표한 최근작 '파묻힌 거인'까지 추리·SF 등 장르를 아우르는 여덟 권의 장편·단편집을 냈고, 가요 작사 및 영화·TV 시나리오 등 전방위적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그는 1989년 소설 '남아있는 나날'로 영국 문학상을 대표하는 부커상을 받고 나서야 30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찾았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지난 5일 런던의 자택 뒤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이 (내 문학 인생의) 끝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며 “어제와 별반 다름없이 작품 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지난 5일 런던의 자택 뒤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이 (내 문학 인생의) 끝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며 “어제와 별반 다름없이 작품 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이시구로는 지난 2015년 '아시아계 미국 작가 워크숍'과의 인터뷰에서 영국과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는 "영국인들은 대영제국의 매우, 매우 어두운 측면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린다. 일본인들은 그들이 도발자였다는 사실과 황군(皇軍)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 모든 짓을 잊으려고 작심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시구로에게 일본은 창작의 뿌리였다.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은 영국에 사는 일본인 여성이 나가사키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해 명성을 누린 화가가 패전 직후에 과거를 회고하면서 내밀한 심경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일본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일본을 잊을 수 없었다"며 "나는 정서적으로 매우 강하게 연결된 '다른 나라' 이미지를 머릿속에 각인시킨 채 성장했다"고 말했다. "나는 일종의 '허구(虛構)로서의 일본'을 내 머릿속에 세운다고 생각했다. 일본 만화와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상상의 일본이 내 기억 위에 덧씌워졌다. 커가면서 나는 그것이 나만의 개인적 일본이고, 내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사라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즈오 이시구로 연보 표
    그는 '일본의 추억'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소설 창작을 떠올렸다. 그의 문학 세계는 '한 사회와 집단이 과거 기억을 어떻게 선택적으로 망각하는가'에 초점을 뒀고, 20세기 초 영국 사회를 재조명하는 소설 '남아있는 나날'을 내놓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서에서 이시구로 소설의 주제를 '기억과 시간 그리고 자기 망상'이라고 적시했다.

    이시구로는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문학적으론 서양인이다. 그는 2015년 뉴욕타임스 북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평생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샬럿 브론테가 최근 도스토옙스키를 밀어냈다"고 했다. "도스토옙스키가 광기에 주목한 것은 광범위하고 심오해 보편적 인간 조건에 대해 성찰케 했지만,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그의 감상주의라든지 즉흥적이고 두서없이 긴 문장은 삭제됐어야 마땅했다. 나는 브론테의 소설 '제인에어'와 '빌레트'에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76)의 열성팬을 자처하는 이시구로는 스웨덴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열세 살 이후로 내 가장 큰 영웅이었던 그의 뒤를 잇게 돼 영광"이라며 감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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